HMD 폼팩터

지난주에 관련 업계에 계신 분들과 만나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ead mounted display, 이하 HMD)에 대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아직은 좀 시기상조인 폼팩터이지만, 구글 글래스가 나오면서 부쩍 관심이 높아지고 있죠. 나눴던 얘기를 중심으로 간략히 정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왜 HMD 폼팩터인가?

첫째는 비디오 컨텐트에 대한 몰입감입니다. 예전에 말씀드렸듯, 몰입도를 위해서는 시야각과 해상도가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스크린의 사이즈가 커야 합니다. 시야각 100도를 확보하려면 시청거리 3미터를 가정했을 때, 85~110인치 4K UHD TV가 필요합니다. 몇천만 원이 들죠. 스크린 사이즈에 대한 대안으로 프로젝터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해상도나 설치 등의 문제점이 있습니다. HMD는 그런 면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몰입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폼팩터입니다. 특히 좌우 스크린이 나뉘어 있기 때문에 3D 환경에 적합합니다.

두 번째, 철저히 개인화된 스크린입니다. 몰입 시청 환경이란 개인화된 시청 환경이라는 말과 거의 같은 말입니다. 방해받지 않는 환경이 필요하죠. 굳이 몰입 환경을 논하지 않더라도, 최근의 경향은 개인화된 컨텐트 소비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좀 극단적이긴 하나, HMD가 이런 추세에 꽤 걸맞은 폼팩터라고 할 수 있죠.

세 번째, 핸즈프리 인터페이스입니다. 웨어러블 컴퓨터의 중요한 추구 점이기도 할 텐데요, 이것은 모바일 환경에 해당하는 얘기입니다. 즉, 한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해야 하던 것들을 그냥 두 손 놓고도 눈앞에서 벌일 수 있는 것입니다. 구글 글래스가 주로 선전하는 내용이지요. 특히 증강 현실의 솔루션에 있어서는 카메라를 들고 디스플레이를 직접 들여다보지 않아도 된다는 측면에선, HMD만큼 적절한 폼팩터가 없지요.

 

애플리케이션에 따라 세분되는 HMD 폼팩터

현재 HMD 폼팩터는 크게 세 가지로 분화되어 있습니다.

첫째, 비디오용 디스플레이. 이것은 기존 디스플레이의 대안으로써 HMD를 활용하는 경우입니다. 빅스크린의 경험을 HMD로 구현해주는 것입니다. 소니 HMD같은 예.

둘째, 가상 현실용 디스플레이. 몰입감을 더 극대화하는 솔루션으로, 머리의 움직임에 따라 화면이 따라가는 헤드 트래킹 방식입니다. 오큘러스 리프트같은 제품이 현재 큰 주목을 받고 있죠.

셋째, 증강 현실용 디스플레이. 궁극적으로는 현실 세계의 영상에 필요한 정보들을 덧붙이는 증강 현실 솔루션을 말합니다. 스티브 맨 교수의 연구가 대표적이며, 구글 글래스는 아직 그 정도가 되려면 멀었죠. 뷰직스(Vuzix)가 그나마 상업적으로는 꾸준히 개발을 해오는 것 같습니다.

뷰직스의 스마트 안경 컨셉 일러스트레이션 (출처: 뷰직스 홈페이지)
뷰직스의 스마트 안경 컨셉 일러스트레이션 (출처: 뷰직스 홈페이지)

아직은 갈 길이 먼 HMD 폼팩터

HMD가 대중화되려면 몇 가지 문제점들이 남아 있습니다.

아직 충분한 성능이 나오질 않습니다. 비디오용 HMD의 경우 시야각이나 해상도가 일반 TV 디스플레이에 비해 그렇게 높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비교 우위가 확실해야 할 텐데, 아직 그 정도는 아니죠. 그리고 대체로 덩치가 큽니다. 많이 개선되기는 했다지만, 아직 오래 쓰고 보기엔 무리가 있죠. 실은 몸에 뭘 장착한다는 게 그리 자연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그만큼 ‘컴팩트’한 폼팩터가 필수죠. 구글 글래스가 상당히 컴팩트하게 나오긴 했지만, 대신 시각적으로 기능적으로 제한이 많습니다.

HMD가 범용 단말이 되려면, 그 많은 애플리케이션을 다 수용하는 성능에 경량화까지 만족해야 합니다. 비용적인 측면에서 이 수준을 맞추기가 아직은 쉽지 않겠죠. 아직은 애플리케이션에 따라 세분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는 전용성에 맞는 비용 효율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태블릿 시장에서도 킨들 단말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 같은 것이죠. 비용 대비 가치의 측면도 중요하죠. 아마 비디오나 게임용으로는 상대적으로 제공 가치에 적절한 비용을 맞출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증강 현실 솔루션은 구현 비용보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치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증강’되어야 할 정보의 데이터베이스가 많이 부족할 테니까요.

HMD의 타겟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HMD는 TV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 정도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TV의 실제 주 소비자인 50대 이후의 중장년층이 아니라, 40대 이전의 청장년층이 HMD의 주 타겟이 될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죠. 그것도, 비디오, 게임, 정보의 헤비 유저들이 핵심 타겟이 될 것입니다. 이 열혈 타겟은 그러나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떨어진다는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성능도 중요하고 가격도 중요한, 상반된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만족하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보통은 극소수 얼리어답터의 시장을 형성하는 데 그치고 맙니다.

제 개인적인 수용 수준을 생각해 보자면, 궁극적으로 그 모든 게-비디오든 가상현실이든 증강현실이든- 다 만족할만한 성능으로 구현되면서도 선글라스 쓰는 정도의 폼팩터를 가진다면, 그게 대략 구글 글래스($1,500)의 가격으로 제공된다면, 그럼 대충 살만하다 하겠습니다. 언제쯤?

 

[게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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