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구글 글래스가 배워야 할 것

구글 글래스는 선전되는 멋진 모습과는 달리,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폼팩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안경 형태의 웨어러블 컴퓨터 분야의 최고 권위자라고 할 수 있는 스티브 맨(Steve Mann) 교수가 제기한 구글 글래스의 시각적 문제점에 관한 얘기를 좀 더 해보려고 합니다. 아마 구글이 새겨듣고, 차세대 글래스에는 보다 진보한 모습으로 발전해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안경 폼팩터는 두 가지 측면에서 고려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증강 현실이고, 두 번째는 핸즈프리 UI입니다. 핸즈프리 카메라 정도를 생각한다면, 굳이 $1,500짜리 구글 글래스가 필요하겠느냐, 1/10 가격의 다른 대안들도 많다는 것이 제 글의 논점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상상하는 진짜 미래형 안경 폼팩터는 그런 것이 아니라 멋진 ‘증강 현실’ 솔루션일 것입니다.

하지만 구글 글래스는 디자인과 비용 효율적인 측면을 고려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른쪽 끝에 디스플레이가 달린 다소 불안정한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구글 글래스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오른쪽으로 눈을 치켜뜨는 동작을 합니다. 상당히 어색하죠.

스티브 맨 교수는 이런 디스플레이가 시각적으로 어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솔루션이 있는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참고로 맨 교수는 1970년대, 고등학생 시절부터 시각적 웨어러블 컴퓨팅 솔루션을 연구해 온 권위자로, 아이탭(EyeTap)이라는 구글 글래스보다 훨씬 진보한-본인 주장이긴 하지만- 기술의 안경 컴퓨터 솔루션을 개발한 분입니다.

첫 번째 문제. 현실 영상을 디스플레이를 통해 라이브로 재생하는 경우,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이는 시점[viewpoint]이 현실의 시점과 틀어져 있으면 눈이 불편한 느낌이 들게 된다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영상도 시간이 지나면 적응은 되지만, 안경을 벗었을 때 다시 정상 시력으로 적응되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맨 교수의 경험으로는, 이 왜곡 정도가 크면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정상으로 회복하는 시간은 빠른데, 왜곡 정도가 미묘할 땐 적응은 빨리하지만, 오히려 정상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고 합니다. 이런 사용 시간이 길어진다면, 영구적인 시력 손상을 일으킬 수도 있고,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합니다.

구글 글래스는 디스플레이가 오른쪽 위에 몰려 있으며, (확인은 안 해봤지만) 비디오 라이브 재생 영상이 나오더라도 시야를 완전히 가리는 형태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맨 교수의 우려가 발생할 일이 아직은 없겠죠. 하지만 그 얘기는, 비디오 라이브 재생 영상을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보면서 촬영을 하는 환경은 아니라는 것이니, 그 영상 디스플레이가 그리 큰 의미가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죠. 또한, 모양새가 멋있기는 하지만, 그게 증강 현실의 솔루션으론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니라는 얘기도 됩니다.

두 번째 문제. 한쪽 눈으로만 보이는 디스플레이 영상은 실제 디스플레이 위치보다 더 먼 곳에 있는 것으로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구글 글래스같은 디스플레이는 눈으로부터 2cm 정도 떨어져 있는데, 이 거리는 인간이 초점을 맞출 수 없기 때문에 그보다 먼 지점에 고정된 초점 거리를 두게 됩니다. 맨 박사는 이렇게 한 눈의 초점거리는 고정되어 있고, 나머지 눈은 다른 현실 세계의 사물을 따라 초점이 변화하면 눈이 심각하게 피로해진다고 합니다. 역시 특히 어린이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고요.

스티브 맨 교수가 이 두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은 ‘양면 거울’과 ‘핀홀 아레맥(aremac: 핀홀 카메라의 반대 역할을 하는 장치. ‘camera’의 철자를 뒤집은 것.)’입니다.

스티브 맨 교수가 고안한 양면 거울과 핀홀 아레맥(aremac)을 이용한 장치 (출처: IEEE 스펙트럼)

스티브 맨 교수가 고안한 양면 거울과 핀홀 아레맥(aremac)을 이용한 장치 (출처: IEEE 스펙트럼)

우선 시선 방향에 45도 기울어진 양면 거울이 하는 역할은 이렇습니다. 밖으로부터 들어오는 빛(영상)은 거울에 반사되어 장착자의 코 부근에 있는 카메라에 입력됩니다. 이 영상에 증강 현실의 컴퓨팅 처리를 한 영상을 반대쪽에서 거울로 쏘아줍니다. 그 영상은 거울에 반사되어 눈으로 똑바로 들어오게 됩니다. 즉, 원래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각도와 정확히 일치된 영상을 보게 되는 것이죠. 고로 첫 번째 문제, 현실과 처리 영상 간의 이격으로 말미암은 불편함이 없어집니다.

다음은 핀홀 아레맥의 역할입니다. 이것은 핀홀 카메라의 반대 기능을 합니다. 핀홀 카메라는 아주 작은 구멍을 통해 빛을 받아들여 상을 맺게 하는 방식인데, 멀리 있건 가까이에 있건 모든 사물에 초점을 맞추는 특징이 있습니다. 무한 심도[infinite depth of field]를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이것을 반대로 레이저 광원과 공간 광변조기[Spatial light modulator]를 이용해 무한 심도의 영상을 눈에 뿌려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눈이 어디에 초점을 맞추든 선명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맨 박사는 이렇게 하면 심각한 시각적 불편함 없이 안경 폼팩터를 통한 증강 현실 솔루션을 구현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구현하려면 한쪽 눈을 완전히 가리는 장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니 증강 현실 솔루션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구글 글래스의 멋진 디자인은 그냥 멋진 디자인일 뿐 증강 현실 환경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맨 위에 맨 박사가 직접 자신의 장치를 장착하고 있는 사진을 보시면, 이것이 얼마나 괴기스러운 것인지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무슨 인조인간 로봇 같습니다. 맨 박사의 솔루션을 선글래스 형태로 만들면 보기가 좀 나아지지 않을까요? (물론 그래도 자꾸 터미네이터의 모습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아무튼, 구글 글래스에 대항하는 뭔가를 고민하는 업체가 있다면, 얼른 35년 외길 달인, 맨 박사를 영입하셔야 할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

 

[게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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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thoughts on “차세대 구글 글래스가 배워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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