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글래스는 [지금] 꼭 필요한 폼팩터일까?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이 이끌고 있는 구글의 (하나도 안) 비밀 연구 조직, 구글 X 랩(Google X Lab)은 우주 엘리베이터, 자가 운전 자동차 등 미래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중 작년에 공개되었던 프로젝트 글래스(Project Glass)는 세간의 큰 화제였습니다. 최근 올 연말까지 $1,500 이하의 가격으로 출시한다는 구체적인 상용화 계획까지 밝히고, 일반 사용자 대상으로 선별 예판까지 실시하면서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습니다. 구글이 왜 ‘안경’을 만들까요.

세르게이의 최근 TED 강연에서, 다른 사람과 단절된 채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며 정보를 얻는 것이 일종의 거세됨(kind of emasculating)이라 표현한 것에 그 이유가 있습니다. 디스플레이에 눈을 빼앗기고 현실 환경과의 단절에서 벗어난 것을 멋진 삶으로부터 거세된 것에 비유한 것이겠죠. 구글 글래스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를 내려다보며 애써 찾으려 하지 않아도 원할 때 정보를 바로 접할 수 있는, 구글의 지난 15년간의 비전을 이룰 첫 폼팩터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멋지다는 반응도 많지만, 부정적인 의견도 많습니다. 존 그루버는 이렇게 비꼬더군요.

컴퓨터 디스플레이를 얼굴에 묶는 것이 그 해답은 아니다.
Strapping a computer display to your face is not the answer.

무엇보다 프라이버시의 문제점이 있습니다. 구글 글래스를 통해 찍는 사진과 동영상 등이 구글의 손에 넘어갈 것이라는 공포심까지는 지나치다 하더라도, 당장 그 사진과 동영상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겐 분명 불편한 일이 될 것입니다. (이를 풍자한 만화도 보시죠. 그저 웃고 넘길 일만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 글래스 디스플레이 폼팩터가 시각적으로 시점 불일치나 양 눈의 초점 거리 차이로, 피로도나 불편함을 일으키는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35년간 안경 형태의 컴퓨터 디스플레이 장치를 연구 개발해왔다는 달인 스티브 맨(Steve Mann) 교수의 주장이죠. (우습게 표현했습니다만, 맨 교수는 토론토대 종신 교수로, 증강현실의 아버지, 웨어러블 컴퓨팅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며, 내추럴 UI(Natural UI)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 낸 유명한 분입니다.)

그런 물리적 분석이 아니더라도, 오른쪽 눈 끝에 달린 디스플레이를 통한 UI 자세-한 손가락을 안경다리에 대고 눈을 부릅뜨고 오른쪽으로 치켜뜬 자세-가 그리 자연스러워 보이진 않습니다.

왼쪽: 구글 글래스 개발 책임자인 스티브 리, 오른쪽: 더버지 발행인 조슈아 토폴스키. (사진 출처: 더버지)

왼쪽: 구글 글래스 개발 책임자인 스티브 리, 오른쪽: 더버지 발행인 조슈아 토폴스키. (사진 출처: 더버지)

스마트폰 환경이 부자연스러운 거세된 삶이라면, 구글 글래스의 이 방전된 것 같은 바보스러운 부자연스러움도 극복해야 할 그 무엇이 돼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자연스러움의 해결점이 왜 꼭 시각적 디스플레이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지 의구심도 듭니다.

사실 구글이 ‘안경’을 만든다고 하니까 주목을 받고 있긴 하지만, 이런 폼팩터는 이미 일본 만화에선 익숙합니다. <드래곤볼>의 ‘스카우터(スカウター)’나 <전뇌코일(電脳コイル)>의 ‘전뇌안경[電脳メガネ]’같은 것이 그런 거죠. 말하자면, 뭔가 멋있어 보이는 미래상의 대표적인 폼팩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스티브 맨 교수 뿐 아니라, 올림푸스 같은 회사들도 아주 오래전부터 안경 형태의 웨어러블 컴퓨터를 만들어 오고 있습니다. 최근엔 뷰직스(Vuzix)라는 회사가 거의 구글 글래스와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죠.

왜 하필 ‘안경’이란 폼팩터가 선호되었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첫 번째는 증강 현실에 대한 미련이죠. 투명한 안경에 보이는 현실 세계에 증강된 정보를 동시에 보여준다는 UI는 매력적이죠. 현재 구글 글래스가 내세우는 대표적 증강 현실 기능이라면 내비게이션 정도. 하지만 구글이 생각하는 증강 현실이란 물론 그 정도가 아닐 겁니다. 구글 나우와 더불어, 증강 현실이 세르게이가 얘기했던 구글 검색의 15년 된 비전의 최종 그림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굳이 검색 질의를 하지 않아도, 내가 보고 있는 것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이죠. 이런 디자인 컨셉처럼 말입니다.

Future of Internet Search (Concept) by Makoto Funamizu

하지만 증강 현실을 통한 검색 서비스의 수준은 아직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아이폰이 디지털나침반과 자이로스코프를 장착하면서 붐이 일기 시작한 스마트폰의 증강 현실 솔루션들은, 흥미를 유발하긴 하지만 일상적인 앱으로 대중화되진 않았습니다. 요즘은 그 열기가 많이 식었죠. 잘 안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아마 쓸만한 정보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일 것입니다. 증강 현실을 통해 뭔가 정보를 얻어야 하는데, 그렇게 유용한 데이터베이스가 아직 없는 거죠. 그나마 유용하다면 내비게이션 정도일 겁니다. 쓸만한 정보가 없다면 안경이 아니라 안경 할아버지가 와도 안 될 것입니다.

두 번째, 증강 현실 디스플레이로는 별 매력있는 상품성을 얻지 못하더라도, 안경 폼팩터가 가지는 강력한 장점은 바로 핸즈프리일 것입니다. 손으로 무겁게 디스플레이를 들고 사용하는 게 아니라, 그냥 안경만 쓰고 있으면 되는 것이죠. 증강 현실 서비스가 별 볼일이 없더라도, 핸즈프리 디스플레이가 강력한 장점이 되는 서비스가 있죠. 바로 카메라. 구글 글래스가 핸즈프리의 사진과 동영상 촬영을 특히 강조하고 있는 점을 주목해 보시죠.

구글 글래스의 사진, 동영상 촬영 데모 화면 (사진 출처: 구글 글래스)

구글 글래스의 사진, 동영상 촬영 데모 화면 (사진 출처: 구글 글래스)

하지만 핸즈프리 카메라라면, 여러 가지 대안이 있습니다. 얼만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의 한 경찰서에서는 선글래스에 카메라를 달고 범죄 현장을 녹화하는 데 사용한다고도 합니다. 블루투스 핸즈프리 이어폰같이 생긴 룩시(Looxcie)라는 카메라도 있죠. 핸즈프리 레코딩과 실시간 스트리밍까지 가능한 $150 정도입니다. 메모토(Memoto)라는 라이프로깅(life-logging) 카메라도 있습니다. 동영상은 아니고, 일정 시간 간격으로 스틸 컷을 계속 찍어주는 제품으로 4월 출시 예정인데 $279입니다.

위: 메모토, 아래: 페블 (사진 출처: 각사 홈페이지)

위: 메모토, 아래: 페블 (사진 출처: 각사 홈페이지)

아니면, 요즘 또 많이 얘기가 나오고 있는 시계형은 어떻습니까. 차세대 검색이 증강 현실까지 가려면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으니 일단 제쳐 두고, 겨우 핸즈프리 카메라나 찍자고 $1,500이나 투자하긴 좀 그렇잖아요. 구글 차세대 검색의 큰 전략인 구글 나우 서비스를 우선 고려해 보자면, 글래스보다는 비용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또 다른 핸즈프리 폼팩터, 시계가 더 낫지 않을까요? 차라리 구글 글래스의 1/10 가격으로 스마트폰 연동 시계를 팔고 있는 페블(Pebble) 같은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어떨까요?

 

[게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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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thoughts on “구글 글래스는 [지금] 꼭 필요한 폼팩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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