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oq 팀과의 만남

오늘 pooq 팀을 만났습니다. 김혁 이사님을 비롯해, 이현석님, 김지웅님, 이재철님, 방송 미디어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계신 주인공들이시죠.

한 시간 남짓 짧은 시간이었지만, 현재 pooq이 갖고 있는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비슷한 업종의 누구나 갖고 있는 안 풀리는 숙제 같은 것들이죠. 바로, ‘컨텐트’와 ‘수익 모델’.

미처 이런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할 줄 모르고 아무 준비도 없이 나갔는데, 내용을 놓칠 수 없어 나름대로 복기를 해봅니다.

제 애로사항이기도 한 스크린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시작했습니다. 현재 pooq은 각각 PC 한 대, 스마트폰 한 대, 태블릿 한 대에서만 동시 접속이 가능한데, 제 생각엔 단말기 종류별로 숫자를 제한할 것이 아니라 단말에 상관없이 접속 숫자 총량을 제한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말을 했습니다. 확답은 안 해주셨지만, 이 부분에 대해선 고민이 있으신 눈치입니다. 뭐, 민원을 넣으러 간 것도 아닌데 모양새가 그렇게 되었네요. 아무튼.

이제부터 본론으로. 김혁 이사님은 컨텐트 라이브러리는 당연히 확대를 해 나가겠지만, 중요한 것은 무작정 채널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시청자에게 컨텐트를 전달할 것인가의 큐레이션 문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과도기적이지만, 현재 10개의 pooq 오리지널 편성 채널이 그런 실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여전히 채널 브랜드의 힘은 유효할 것인데, 다만 기존 미디어의 컨텐트를 단순히 큐레이션 하는 것이 아니라, 뉴 미디어에 적합한 컨텐트로 새로운 오리지널 채널들이 생겨나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예를 들면 유튜브의 오리지널 채널 구축 노력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여전히 성공 가능성은 불투명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가치 2개는 실험을 하는 것이죠. 첫 번째는 프로페셔널한 채널 브랜드는 여전히 지속할 것, 두 번째는 뉴미디어에 최적화된 컨텐트가 필요할 것.

어쨌든 앞으로의 방송은 라이브가 아니라 온디멘드에 더 힘이 실릴 것이라는 데에는 같은 의견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시장이 흘러가게 될 때 가장 큰 문제는 현재의 방송사 매출 구조의 변화죠. 라이브를 통해 광고 매출을 올리던 것이, 라이브 동시 시청이 점점 줄고 온디멘드를 소비하게 됨으로써 후자의 매출이 중요한 변수가 되는 것입니다. 그게 녹록지 않죠. 비슷한 교훈을 이미 신문사라는 선례를 통해 배우고 있습니다. 방송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새로운 매출을 어떻게 극대화 시킬 것인가가 방송사 입장에선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겠죠. 홀드백 제어력은 당장 힘을 발휘할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김혁 이사님도 동의했듯, 결국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경쟁은 흘러가게 되어 있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전략이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딱 부러지는 솔루션이 없습니다.

우선 유료 모델은 시청자들이 느끼는 장벽이 너무 큽니다. 이제까지 공짜인(또는 아주 저렴한 케이블인) 서비스라고 생각했던 것에 만원 돈을 쥐여줄 소비자가 별로 없으리라는 것에는 pooq 팀이나 저나 모두 생각이 같습니다. 저는 우스개로 제 안사람이 만족하는 현재의 프로모션 요금인 4,900원이 가장 적정 가격인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부분에 pooq 팀의 고민이 아주 크신 것 같습니다. 유료 모델은 그렇습니다. 너무 값싼 서비스에 길들여 있어서, 적은 금액에도 쉽게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광고 모델은 잘 굴러갈 것이냐. 그것도 문제가 많다고 하시더군요. 저도 예전에 광고 플랫폼에 발을 잠깐 담근 적이 있어서 충분히 이해하는 대목인데, 새로운 미디어는 광고주들의 관심을 끌 매체로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죠. 새로운 매체에 대한 광고주의 의지와 매체 자체의 사이즈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김 이사님이 말씀하신 것에 100% 동의합니다. 저는 그래서 기존 방송 광고와 전혀 별개가 아닌, 결합 또는 연계 상품으로의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었는데, 김 이사님 말씀으로는 방송과 온라인의 결합 영업의 제도적 어려움, 판매 방식의 차이 등 걸림돌이 많다고 합니다.

그래도 저는 그 연결 고리를 아주 놓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온디멘드 시청률 측정 등 크로스 플랫폼의 인프라 구축이 중요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지만, 사실 이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얘기라, 말하는 저도 좀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시청 행태 데이터에 대한 가치 등 뉴미디어만이 가질 수 있는 중요한 가치들을 찾으려는 노력도 열심히 하신다고 합니다. 정확한 시청률 데이터가 pooq에서는 만들어 질 수 있죠. TV의 시청률 전체를 조사하진 못해도 pooq 정도의 샘플링이면 지금도 충분히 큰 숫자입니다. 국내 시청률 조사 규모가 2,000여 가구, 미국도 5,000여 가구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그렇죠. 게다가 정확도와 부가적인 정보까지 채집할 수 있으니,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매체입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수익 모델을 고민하고 계신다고 하는데, 아이디어로 말씀하신 쿠폰/포인트와 연계된 결합 판매(일명 ‘닭-푹’. 아이디어 보호를 위해 더 이상의 설명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p)는 농담 같지만 참신했습니다.

그 밖에도 여러 말씀을 나눴습니다. 기록 차원에서 대충 언급하자면, 다음TV 제휴를 포함한 TV 스크린, 그리고 크롬북등 통제가 불가능한 단말들이 계속 생겨나는 것에 대한 고민, 2~3백억짜리 드라마 말아먹는 것보다 훨씬 싸지만, 훨씬 더 중요한 pooq이라는 사실, 안정화, 내실화, 외형 확대가 pooq의 향후 3대 과제라는 말씀 등…

그리고, 기능의 중요성에 대해. 기능보단 핵심적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제일은 컨텐트고, 그다음은 기능 중에서도 가장 기본에 해당하는 것들에 대해 보다 견고한 품질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셜이나 유행 서비스들도 중요하긴 합니다만, 핵심에선 좀 벗어나죠. 자리에선 말씀을 안 드렸습니다만, 이런 건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좋아할 기능과 서비스를 찾고 기획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대신, 마케터들이 혹할만한 서비스를 기획하시고 그것을 소비자들이 어떻게 하면 거부감없이 잘 받아들일까를 연구하시면…

마지막으로 pooq의 방향성에 대한 저의 의견은, 음…모릅니다. 솔직히 pooq 자체에 대해선 깊게 고민을 안 해봤습니다. 하지만 비디오 서비스의 방향을 앞으로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계속했습니다. 사실은 그런 힌트를 얻고자 오늘 자리를 마련했었는데, 많이 배웠습니다. 조만간 정리해서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있지 않을까요?

시간이 짧아서 아쉬웠습니다. 한 분 한 분 따로 뵙고 더 깊은 말씀 나누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20년 방송 베테랑이신 김혁 이사님에게는 특강을 좀 받아야 할 것 같고, 계속 입이 근질근질해 하시던 김지웅/이현석님은 따로 또 봬야겠고, 특히 중간에 다른 미팅 일정 때문에 자리를 먼저 뜨신 이재철님과는 다시 뵙고 구글 TV에 대해 꼭 얘기를 더 나눠보고 싶네요.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게몽]

+ Update: 2010.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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