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고해상도는 전문적 용도나 고 취향의 프리미엄으로서 충분히 의미가 있으며 지속 발전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화소 밀도를 마냥 높이는 것보다는 시야각을 넓히는 것이, 몰입도를 극대화한다는 본래의 고해상도 취지에 맞다. 그러려면 해상도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컨텐트 내용의 포맷도 바뀌어야 하고, 디스플레이의 크기도 충분히 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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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디넷 코리아에 기고했던 글, ‘디스플레이 해상도 경쟁의 불편한 진실‘이 네이버 IT 뉴스 순위에 잠시 머무른 덕에, 생각지 못했던 많은 댓글 피드백을 받았다. 호응해 주는 댓글도 있었지만, 부정적인 반응도 많았고, 어떤 부분에선 오해도 좀 있는 것 같다. 몇몇 독자분은 이메일로 의견을 피력해 주기도 했다. 왠지 논란을 자초한 것 같아, 뭔가 매듭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러 부정적인 피드백들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하고자 한다.
1. 기술 발전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과장된 마케팅의 현혹을 경계한 것.
기술이 발전하는 것은 여러모로 좋은 것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왜 그래야 하는지 용도를 잘 알 수 없는, 최근 출시된 휘어진 폰이 아마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무조건 높은 해상도’도 같은 맥락으로 읽고 싶다.
하지만 그런 기술이 개발되고 발전되어 나가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전문적이고 특수한 분야에서 용도가 있을 것이다. 다만, 기능적으로 목적한 바에 맞지 않는 잉여적 기술이 과장된 마케팅 수사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수단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기술력은 진정한 경쟁력이 될 수 없고, 그보단 소비자에게 진정성 있는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분야에 더 집중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것이 컬럼에서 말하고 싶었던 핵심 주제다.
2. 사람마다 편차와 취향의 차이가 존재.
엔지니어링 기준은 타겟이 되는 평균적 소비자에 맞춰진다. 시력 1.0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이 바로 그 얘기다. 하지만 젊은 사람일수록 시력이 높다. 시력이 1.5~2.0이 나오는 사람들에겐 여전히 해상도의 차이가 중요할 수 있다. 더욱이 그런 젊은 층일수록 첨단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 세그먼트에 대한 시장은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외부 자극에 민감한 사람들도 있다. 미세한 차이라도 더 높은 사양이 주는 그 느낌에 큰 만족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이다. 이런 타겟 시장도 분명 존재한다. 전문가나 전문적 애호가들을 위한 프리미엄 시장이다. 그런 시장에 맞춘 고사양 제품은 필요하다.
3. TV 해상도는 화소 밀도보다는 시야각이 더 중요.
여기에는 몇 가지 부연 설명이 더 필요하다. 먼저, 시야각에 대한 오해이다. 여기서 말한 시야각은 ‘field of view’를 의미한다. 눈이나 렌즈가 담아낼 수 있는 시야의 범위를 말하는 것으로, 보통 수평 시야각을 의미하는데, TV 시청 거리에서 화면 좌우 양쪽 끝을 잇는 각도 범위이다. 그런데 이와는 다른 의미의 ‘시야각’이라는 용어가 모니터 등 디스플레이 장치의 사양서에서 많이 사용된다. 이때의 ‘시야각’은 ‘viewing angle’을 의미한다. 화면에서 옆으로 비껴보는 각도이다. 영어 ‘field of view’를 직역한 것이 ‘시야(視野)’이므로, 이를 ‘시야각’이라 표현하는 것이 바르다고 본다. 반면 ‘viewing angle’은 ‘시청각(角)’ 정도가 적절한 용어가 아닐까 생각된다.
또 다른 부연 설명은, 시청 거리는 멀수록 좋다는 것이다. 초점 거리가 가까울수록 눈의 근육을 더 많이 쓰기 때문에 눈이 쉽게 피로해지기 때문이다. 시력 검사 거리인 20피트(6미터)는 초점을 무한대에 맞추는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기준이며, 약 1미터 정도(35~45인치)가 아무것도 쳐다보지 않을 때 초점이 맞춰지는 거리로 알려졌다. 보통 단말기의 파지, 배치 등의 시청 환경을 고려할 때, 모바일의 적정 시청 거리는 30센티미터, PC는 60센티미터, TV는 3미터이다. (피트로 표현하면 1-2-10피트이다.) 즉, 모바일과 PC는 눈 근육을 많이 사용하는 피곤한 환경이다. 장시간의 몰입이 필요한 시청 환경에서 TV가 가지는 경쟁력이 바로 덜 피로한 편안함이다. (물론 자세도!)
따라서 시청 거리가 짧은 모바일은 몰입을 위한 시야각보다는 선명도를 위한 화소 밀도가 더 중요하다. 하지만 일정 이상의 화소 밀도는 불필요하다. 고로 모바일에서 필요 이상의 고해상도 경쟁은 무의미하다. 하지만 TV에선 화소 밀도보다 시야각이 더 중요하다. 작은 스크린의 TV에 지나친 고해상도를 구현하는 것은 방향이 틀렸다는 것이다. 아래 그림을 보자.
위쪽 그림은 TV 디스플레이 크기는 변화가 없고, 화소 밀도만 2배가 되었을 경우이다. 예를 들면, 최근 UHD TV의 주력으로 밀고 있는 50~60인치를 생각하면 되겠다. 3미터 시청 거리라면, HD와 UHD의 화소 밀도의 미묘한 변화 가치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아래쪽 그림은 화소 밀도 변화는 없이, 스크린 크기만 2배로 커진 경우다. (면적으로 따지면 4배다.) 100인치 이상의 UHD TV를 생각해보자. 이 경우는 시야각이 HD TV(시야각 30도)보다 2배 늘어난 60도이다. TV의 몰입도는 시야각이 증가할수록 높아진다. 미묘한 화소 밀도의 변화보다는 시야각의 2배 증가가 훨씬 가치가 높다는 것이다.
시야각이 증가한다는 것은 단순히 동일한 컨텐트 화면이 2배로 늘인다는 의미가 아니다. 위의 그림에서와같이, 시야각 증가없이 같은 크기의 스크린에서 화소 밀도만 높인다는 것은 컨텐트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다. 여배우들이 피부 트러블을 걱정해야 한다는 소리는 여기서 나온다. 화질 선명도가 높아지니 모공에 솜털까지 보이니까 그렇다.
하지만 시야각이 증가하는 것은 컨텐트의 내용물도 바뀌어야 함을 의미한다. 더 큰 광각의 화각을 갖는 컨텐트가 되어야 한다. 위의 아래쪽 그림에서 보듯, 기존 작은 TV에선 사람 위주로 앵글을 잡았다면, 더 넓은 시야각의 TV에선 주인공의 주변 환경까지 확장된 광각의 앵글로 컨텐트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몰입도를 위해 시야각을 넓힌다는 것은, 현실 세계에서의 인간 시야각에 근접하고자 하는, 현장감 극대화의 노력이기 때문이다.
UHD까지 발전해온 TV의 지향점은 분명히 그렇다. 방송 장비만 4K로 바꾸고 기술적 포맷만 고해상도에 맞추는 것은 의미가 없다. 4K 카메라로 배우 얼굴만 크게 찍은 드라마를 50인치 UHD TV로 보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우리는 정말 고작 여배우의 모공 크기를 확인하기 위해, 이 정도의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게몽]
+ 참고로, 위 그림에 사용된 TV 화면 내용은 다음의 작품을 차용했다.
- 위쪽 그림: Roy Lichtenstein, Happy Tears, 1964.
- 아래쪽 그림: Andrew Wyeth, Winter 194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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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환경에선 시야각이 중요. 모바일 단말은 사이즈를 마냥 키울 수 없으니 결국 해상도 전쟁은 구글 글래스같은 디스플레이로 넘어가게 될까? #f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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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단말기의 파지, 배치 등의 시청 환경을 고려할 때, 모바일의 적정 시청 거리는 30센티미터, PC는 60센티미터, TV는 3미터이다 http://t.co/r8ErIJhSQ4
UHD TV를 얘기하며, ‘선명’이라든지 ‘화질’을 언급하는 기사 http://t.co/b4AUg7kFtU 고해상도의 초점은 이젠 화질/선명도가 아니라, 시야의 확장입니다. 참고. http://t.co/DfwuIr59w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