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Bose) 비디오웨이브(VideoWave) 시스템은 46인치 치고는 상당히 비싼(800만 원이 넘는) TV 시스템입니다. 보스의 제품답게, 16개의 스피커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음에도 훌륭한 공간감과 강력한 사운드가 장점인 TV 시스템으로 알려졌습니다. 몇 달 전 제품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 급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제가 관심을 가진 이유는 그런 멋진 사운드 시스템 때문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TV’도 아닙니다.
보스 비디오웨이브 시스템에 관심을 갖는 진짜 이유는, 바로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UI 때문입니다.
보통은 TV UI의 메뉴 화면은 TV 영상 화면에 오버레이 되거나, TV 화면을 조그만 화면으로 축소하여 나머지 영역에 표시하거나, 아예 화면을 전환하거나 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보스의 TV는 화면 중앙에 영상을 놓고 상하좌우, 네 변 가장자리에 메뉴를 배치하고 있습니다. 결국, 사각형으로 TV를 둘러싸고 있는 모양이 되죠. 보스에서는 이 GUI를 ‘컨트롤 프레임(Control Frame)’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이 ‘컨트롤 프레임’의 메뉴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위쪽에 채널 입력을 위한 숫자 버튼, 아래쪽에 DVR, DVD, CD, MP3 플레이어의 재생 제어 버튼, 그리고 좌우에 선택된 소스별 추가적 제어 버튼이 배정되어 있습니다. 이중 좌우의 선택된 소스별 추가적 제어 버튼은 사용자가 구성을 바꿀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GUI는 정상적인 디자이너라면 좀처럼 제안할 수 없는-어쩌면 기본도 모르는 무지의 소치라 했을- 파격적인 레이아웃입니다. 왜 이런 레이아웃을 택했을까요? 물론 TV 화면의 특성상 영상을 줄여서 남는 여백이 자연스럽게 네 개의 변에 나누어 배치되는 방식 자체는 공간 효율적인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GUI라는 것이 그냥 보이는 것이 아니고 사용자의 입력에 대응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 효율성만을 볼 수는 없죠.
이런 레이아웃을 채택한 이유는 바로 ‘클릭 패드(Click Pad)’라는 특별한 리모트가 있기 때문입니다.
언뜻 보면, 복잡한 TV 리모트의 군더더기를 다 없애고 D-패드를 중심으로 단순화시킨 것 말고는 별로 특별한 리모트 같지는 않습니다. 이것이 그냥 D-패드 방식의 리모트라면, 위의 ‘컨트롤 프레임’ GUI는 정말 최악의 디자인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리모트 이름의 유래가 되는 ‘클릭 패드’라는 인터페이스 장치가 ‘컨트롤 프레임’과 최상의 궁합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클릭 패드’는 바로 중앙의 D-패드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사각 모양의 터치 패드를 말합니다. 이 ‘클릭 패드’ 사각형이 ‘컨트롤 프레임’ 사각형과 그대로 대응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즉, PUI(Physical UI)와 GUI(Graphic UI)의 메타포가 완전히 일치하는 아주 직관적 시스템입니다.
이 인터페이스의 방식을, 보스는 ‘Touch, Glide & Click’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손가락을 ‘클릭 패드’에 올려놓기만 하면(‘touch’) 바로 ‘컨트롤 프레임’ 화면이 뜨고, ‘클릭 패드’의 사각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이면(‘glide’) ‘컨트롤 프레임’의 하이라이트가 따라서 움직입니다. 그리고 원하는 메뉴의 위치를 바로 누르면(‘click’) 메뉴가 선택되는 것입니다.
아래 링크의 ‘클릭 패드’에 대한 홍보 동영상도 참고하십시오.
Click Pad Remote
PUI와 GUI의 메타포를 일치시킨 UI의 다른 예로는, 2008년 LG가 MWC에서 선보였던 KF700이라는 폰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터치 다이얼폰’이라고 불렀는데, 폰 측면에 물리적으로 돌리는 다이얼이 있고, 이 움직임에 대응하여 화면에 반원 모양으로 돌아가는 GUI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뭐, 당시에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습니다. 게다가 다이얼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GUI 지연 때문에 그리 매끄러운 완성도가 아니었습니다. 여러모로 좀 아쉬웠던 UI였습니다만, 이런 시도들이 UI의 직관성을 높이는데 분명 효과는 있다고 생각됩니다.
배울 점
사실 이 시스템을 제가 직접 사용해 본 것은 아니므로, 실제로 이 UI가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기존의 UI에서 벗어나려는 훌륭한 시도를 한 점을 높이 사고 싶습니다. 그 중에서도 다음 두가지 포인트는 꼭 짚고 넘어가고 싶네요.
- PUI와 GUI의 메타포를 일치시킨 직관성 극대화
- 표면을 터치하는 것만으로 컨트롤 메뉴에 진입하는 접근성 극대화
[게몽]
PUI와 GUI의 메타포를 일치시킨 독특한 TV UI 사례, 보스 비디오웨이브 시스템에 대해 글을 썼습니다 http://t.co/lw1cCQt 아…스폰서 아닙니다 (설마) -_-;
[…] 쉽고 직관적이어야 하죠. 예를 들어 전에 소개해 드린 적이 있는 보스 비디오웨이브 시스템의 리모컨을 보면 트랙 패드 부분의 PUI(Physical UI)와 GUI의 메타포를 일치시켜 직관성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