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스트리밍 중심 99달러 초미니 셋탑박스로 돌아온 스티브 잡스의 취미생활, 애플TV. 지금은 비디오에 주력하지만, 다음은 아마도 게임이 될 것.
2세대 애플TV가 발표되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에만 집중하여 저장장치는 없애버리고 1세대에 비해 크기가 4분의 1로 줄였습니다. 가격도 파격적인 99달러.
이에 대한 반응은 역시 두갈래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첫번째 반응은 실망이다, 이게 무슨 스마트TV냐는 것이고, 두번째 반응은 놀랍다, 역시 심플하고 수용 가능한 가격 수준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의견은, 후자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애플의 전략은 “비디오”, 그리고 장벽을 최소화.
원래 One More Thing은 이벤트의 숨겨진 주인공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를 애플TV가 차지한 것이지요. 그런데, 여전히 thing이 아니라 hobby랍니다. 이건 애플TV의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미디어 사업의 핵심은 영상 사업이고, 그 무대는 바로 TV라는 점에서, 애플TV의 위치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지요. 그래서 hobby라는 표현은, 지금은 이렇게 해보고는 있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노력해 보겠다는 메시지겠지요.
그럼 그 전략은 무엇일까요. 스티브 잡스의 설명에 따르면, 1세대 애플TV를 팔아본 결과, 소비자들은 단지 컴퓨터같이 복잡한 것은 원하지 않고 저렴하게 HD로 헐리우드 영화 및 TV 쇼를 소비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심플하게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만 집중하여 ‘취미’ 2단계에 돌입하게 된 것입니다.
경쟁 상품으로 지목되고 있는 구글TV나 삼성, LG의 스마트TV와 비교를 해보시죠. 검색, 풀브라우징이나 애플리케이션을 내세워 TV의 ‘스마트’함을 강조하고는 있습니다만, 사실 그런 것들을 왜 TV에서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 애플이 주장하는 바, ‘비디오’에 집중하면 과연 TV 시장이 열리는가의 문제는 아래에 다시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만, 한가지는 분명 제대로 가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소비자의 수용성에 대한 문제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지난 D8 컨퍼런스에서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언급하고 있었습니다. (관련 포스트)
텔레비젼 산업은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셋탑 박스를 주는 보조금 모델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이 분야에서의 혁신을 아주 크게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이것을 변화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밑바닥부터 시작한다면, 박스를 분해하고, 재디자인하고, 소비자들이 그것을 구매하고 싶어하게끔 하는 방법으로 공급을 하는 것입니다.
모두가 무료로 셋탑박스를 가지고 있는데, 얼마나 더 이득을 보려고 누가 돈을 주고 또 셋탑박스를 사겠습니까. 그러니, 구글TV나 삼성, LG가 TV안에 그런 기능들을 구겨 넣으려고 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문제는 TV가 스마트폰처럼 교체 주기가 빠르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TV를 바꿔가면서 스마트TV 환경을 갖추려는 것은 굉장히 더딘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런 의미에서 99달러짜리 애플TV의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스트리밍 비디오에 집중한다는 전략에 따라 크기와 무게도 크게 줄었습니다. 일반적인 셋탑박스의 부담감이 없어지고, TV에 붙이면 거의 눈에 띄지도 않을 지경이 되었지요. 물론 이것만으로 소비자들이 쉽게 수용을 하겠느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장벽이 대폭 낮아졌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삼성, LG, 소니야 현재의 스마트TV 전략상 애플TV 친화적인 TV 생산이 어려울 수 있겠지만, 중소 TV 업체들은 애플TV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아마, 제가 그런 위치에 있다면, 엄청난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 이런 상품을 내놓았을겁니다.
TV에 Apple TV 전용 Dock을 일체형으로 만들어 자체 전원도 제공해주고, HDMI도 바로 연결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지요. 선 연결의 불편함을 없애줌으로써 애플TV를 쉽게 채용할 수 있게 해주어 애플TV를 사고 싶은 사람들에게 어필을 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함으로써 굳이 컨텐트나 애플리케이션 공급같은 스마트TV 대응 고민을 하지 않아도 훌륭한 인터넷TV 플랫폼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어쨌든 이건 한가지 가능한 예에 불과합니다만, 소비자들이 애플TV를 접하게 될 기회는 전보다는 훨씬 높아질 전망입니다.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기회가 많아진다는 얘기니까 좋은 전략이라고 할 수 있죠. (물론, 컨텐트가 보급되는 미국 얘기입니다. 한국 말고.)
그 다음 TV 전략은 게임.
스티브 잡스는 TV의 역할을 비디오에 집중하여 단순화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TV를 아무리 단순화 하더라도 비디오 못지 않은 큰 영역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게임이지요.
이 분야는 이미 레드 오션입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위,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아, TV회사에서 내세우고 있는 캐주얼 게임은 잊어주세요.)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 앱스토어를 통해 이미 게임 산업에 맛을 들였습니다. 아이팟터치를 최고의 모바일 게임기로 홍보하고 있는 사실을 봐도 잘 알 수 있지요.
아이팟터치가 포터블 게임 기기 분야에서 닌텐도와 소니를 합한 것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장면을 보면, 스티브 잡스는 분명 게임 유통 사업의 결과에 고무되어 있고 게임기 회사들을 경쟁의 상대로 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비디오가 아이폰과 PC에서 TV로 귀결되듯이 게임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분명히 다음 hobby를 준비하고 있겠지요. 하지만, 여기에는 몇가지 걸림돌이 있습니다. 게임 콘솔 사업은 또다른 거대한 디바이스 장사입니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콘솔 전략을 보면, 화려한 그래픽의 게임 플레이를 위해 상당히 고사양의 콘솔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애플이 여기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지요. 아마 닌텐도같은 접근이 유력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비교적 저사양이되 가족형 게임과 혁신적인 인터페이스로 저변을 확대해 가는 전략이지요. 하지만 바로 그 혁신적인 인터페이스는 상당한 도전이 될 것입니다. 닌텐도 위를 필두로 시작된 인터페이스 전쟁은 소니의 무브(Move), 마이크로소프트의 키넥트(Kinect)로 그 형국이 점입가경입니다.
여기에 애플이 새로운 인터페이스 전략을 내놓을 수도 있겠고, 아니면 그냥 아이폰/아이패드를 이용한 터치 인터페이스를 밀 수도 있겠지요.
아마 애플이 새로 준비한 Game Center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쨌든 저는 어떤 형태로든 애플TV의 다음 전략은 게임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풀브라우징은? 앱스토어는?
제 생각엔 애플이 풀브라우징이나 앱스토어에 집중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앞서도 얘기했듯이 왜 하필 TV에서, 그것도 개인 전용 단말이 아닌 가족들이 공유하는 TV에서 그런 것을 해야 하느냐는 문제이고, 애플TV 2세대도 그렇게 화답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풀어나갈 것 같습니다. 날씨, 주식같은 위젯형 앱들은 아이폰에서처럼 필수 앱으로 등록을 하겠지요. 그리고 넷플릭스가 입점하듯이 앱들이 선별적으로 수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아마 풀브라우징은 하지 않겠지만, TV에 최적화된 브라우져 가이드가 나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어느 정도는 웹 애플리케이션들이 오픈 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애플이 유통으로 벌고 싶은 앱은 게임 타이틀이 되겠지만요.
글은 죽 갈겨봤습니다만, 누가 알겠어요. 어떻게 될지.
[게몽]
Update: 2011.5.1.
이 글의 원문은 여기에 있습니다. 포스팅 시각은 원문과 맞췄습니다. 글 서두에 [요약]문을 추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