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세컨드 스크린 서비스는 현재 양방향성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프로그램 연동 정보와 광고 등을 자동 노출하는 ‘정보 스트림’의 스크린으로서 더 가능성이 있다고 봄. ✍
최근 TV의 부가 서비스 스크린으로서 아이패드 등 모바일 단말기를 세컨드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서비스가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박스(Zeebox), 샤잠(Shazam), 넥스트가이드(NextGuide), 코넥티비(ConnecTV), 와치위드(Watchwith) 등 여러 서비스가 활발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고, 심지어 ‘세컨드 스크린 소사이어티(2nd Screen Society)‘라는 단체까지 만들어져 있습니다.
보통 이런 서비스들은 한국에서 제대로 사용해 볼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뉴스 기사를 통한 간접 경험에 의존하여 대략적인 경향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오디오 인식 등으로 현재 방송 프로그램(또는 광고) 위치를 자동으로 정확하게 파악하여 프로그램과 연동된 관련 정보를 서비스하고, 반응, 소셜 등 참여를 적극 유도하는 양방향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케터들에겐 TV에 효과적으로 양방향 광고를 진행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세컨드 스크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비디오 스트림의 단절
세컨드 스크린의 잠재력은 메인 스크린의 비디오 영역을 방해하지 않고 부가적인 디스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스크린이 분리되었다는 점과 TV의 가장 큰 애로사항인 양방향 인터페이스의 문제를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그 두 가지 문제가 정말 해결된 것일까요. 첫 번째 문제에서 메인 스크린 시청 방해는 세컨드 스크린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번엔 화면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시선을 방해합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죠.
세컨드 스크린을 보기 위해서는 TV에서 시선을 떼야 합니다. TV에서 시선을 고정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는 현재의 방송 포맷은 세컨드 스크린과 궁합이 그리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몰입형인 드라마 같은 경우라면, 세컨드 스크린으로의 시선 단절, 즉 비디오 스트림의 단절은 용납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고스란히 두 번째 문제에 영향을 줍니다. 세컨드 스크린의 양방향 인터페이스가 아무리 잘 갖춰진들, 주목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물론 잠깐 언급했듯이, 현재의 방송 포맷이 세컨드 스크린을 전혀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걸 바꿔 말하면, 미래 방송 포맷이 세컨드 스크린을 고려하여 제작될 수 있다면, 시선 분배의 타이밍과 양방향의 컨텐트 제공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컴캐스트와 지박스의 예 같은 방송사와 세컨드 스크린의 제휴가 앞으로 더욱 심화하여, 프로그램 제작 단계에까지 긴밀한 협조를 하게 된다면 가능한 얘깁니다.
정보 스트림으로서의 가능성
그렇게 프로그램과 완벽히 연동되는 세컨드 스크린을 가정해 봅시다. 그럼 비디오 스트림의 단절과 양방향성의 극대화가 자연스럽게 일어날까요. 일부 장르의 프로그램에서는 이게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청자의 실시간 참여로 이뤄지는 퀴즈 프로그램을 상상해보면, 사회자가 “자, 지금 답을 눌러주세요!”라는 구령에 맞춰 시청자들이 세컨드 스크린을 일제히 터치하는 게임에 참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방송은 여전히 일방적인 비디오 스트림의 포맷을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시청자가 TV에 기대하는 바가 그렇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시청 행태가 어느 날 갑자기 린-백(lean-back)에서 린-포워드(lean-forward)가 될 것이라는 순진무구한 전망에 대한 신빙성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TV에서의 소비는 양방향이 아니라 컨텐트 스트림의 수동적 시청이라는 더 자연스러운 본능적 소비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컨드 스크린의 서비스도 ‘정보 스트림’이라는 컨셉으로 접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세컨드 스크린은 TV의 보조 스크린 개념으로, TV 앞 탁자 정도에 세워져 TV 스크린에 방해되지 않게 적절히 시선을 분배하는 위치에 있고, 거기에 사용자가 굳이 (양방향으로) 무슨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프로그램과 완벽히 연동된 관련 정보가 방송 위치에 싱크되어 자동으로 흐르는 것입니다.
이 정보 스트림은 프로그램과 관련된 정보를 간략한 형태로, 예를 들면 키워드나 헤드라인 수준의-큰 폰트로 표현된 정보를 가독성 있게 보여줍니다. 특정 배우가 나오는 장면에선 최근 그 배우의 뉴스 헤드라인이, 특정 상품이 나오는 장면에선 해당 상품의 브랜드와 가격이, 광고 시간에는 크로스 스크린-TV 스크린과 세컨드 스크린 양쪽을 유기적으로 활용한- 광고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물론 열애설 헤드라인에 깜짝 놀라 태블릿을 터치해 자세한 뉴스를 볼 수도 있겠죠. 양방향성이 배제된 것이 아니라 억지로 드러내지 않을 뿐입니다. 또한, 새로운 광고 인벤토리가 창출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정보 스트림의 빈 슬롯에 광고가 채워질 수 있다는 얘깁니다.
조금 더 진도를 나가 봅시다. ‘정보 스트림’을 위한 TV의 보조 스크린으로서 세컨드 스크린을 사용하는 대신에, TV 자체의 폼팩터가 보조 스크린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면 어떨까 상상해 봅니다. 이런 식으로요.
TV 스크린의 옆에 보조 스크린을 장착하는 겁니다. 시선의 단절감이 훨씬 적고, 화면도 크기 때문에 더 많은 정보를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TV 옆으로 확장하는 것이라 잘 안 보일 수도 있으니 각도를 꺾을 수 있게 만들면 더 좋겠죠?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게몽]
세컨드 스크린 보다는 메인 스크린의 마지막에 info 에 대한 사이트를 잠시 노출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것도 방법이죠. 대표적인 크로스 미디어 광고법이기도 하죠? 네이버 검색창에 키워드 넣어보라는 메시지 같은. ^^
TV쪽 일을 하다 보니 최근 몇년 동안 저도 companion device에서의 시선 처리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는데, 굉장히 공감가는 글입니다.
현재에도 다수의 2nd screen service들이 많은 기능들을 하고 있는데, 결국에는 시청 context 파악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크게 컨트롤, 시청, 확인 이라는 3가지 사용자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데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아직 답은 찾고 있는 중입니다.
NDS(CISCO)의 Surface project에서 제시하는 companion device 사용 concept이 현재 나온 demo들 중에서는 나름 괜찮은 방향인 것 같습니다.
NDS의 데모는 멋지긴 한데, 경제성 등 실효성이 따라줄지 의문입니다.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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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분산 되므로 그걸 티비에 우겨 넣자는 생각은 그 구현 방법상의 문제 뿐 아니라, 티비앱의 출현 동기를 완전 제로세팅하자는 의견 같습니다. 세컨드 디바이스 앱이 시청자의 ‘시각적 몰입’은 방해할지 몰라도 ‘내용적 몰입’은 더 강화한다는데서 그 유용성이 논의되고 있는데 말이죠. 티비에 구현하는 방식의 복잡성, 방송사업자와 플랫폼의 이해관계 등 분절적 시장구조를 잘 아실텐데..
아, 제 의견은 세컨드 스크린의 개념을 다시 생각해 보자는 의미입니다. 말씀하신대로 그걸 티비에 넣던지 세컨드 스크린에 구현하던지 단편적인 방법상의 문제일 뿐이죠. 하지만 저는 ‘시각적 몰입’과 ‘내용적 몰입’의 차이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유용성’이 과연 소비자의 측면에서도 그러한지에 대해 의구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다른 시각의 시도도 필요한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물론 시장의 이해 관계를 고려하진 않았습니다. 의견 고맙습니다. ^^
제작사(프로덕션)와 방송사가 Co-work 해서 주요 프로그램, 예컨대 대작 드라마나 간판 예능프로그램과 연동해서 흐르는 app.을 만들어 볼만도 할텐데.. 모르긴해도 방송사마다 있는 인터넷자회사에선 이런 시도를 검토한 적이 있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