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시대에 사진 찍(히)는 다양한 방법

[요약]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사진 찍기가 대유행이다. 과연 이 시대 사진 찍기는 어떻게 발전해 가고 있는가. 카메라 자체의 성능 개선은 물론, 원격 조종, 웨어러블, 라이프 로그 등 자동화, 초경량화, 네트워크화되며 진화하고 있지만, 프라이버시 문제도 커져만 간다. 스마트한 카메라란 결국, 소비자가 스스로 보호하고 관리할 수 있는 카메라가 되어야 한다. ✍

이 시대에 사진이란 무엇인가. 디지털카메라는 기록의 대중화를 이끌었고, 거대해져 가는 개인 기록 데이터베이스의 규모에 맞춰 저장 매체의 단위 가격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카메라폰은 기록을 더욱 단순한 수고로 일상화시켰다. 그리고 인터넷은 그 기록에 공유 가치라는 당위성까지 부여하며, 유사 이래 가장 폭발적으로 개인 기록물들이 양산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은 이 기록 혁명의 시대를 만든 주인공이다. 플리커에 업로드 되는 가장 인기 있는 카메라 모델은 2009년 이래로 항상 아이폰이었다.

플리커에 업로드 되는 인기 카메라 모델 추이 (출처: 플리커, 2013년 11월 2일 캡처)
플리커에 업로드 되는 인기 카메라 모델 추이 (출처: 플리커, 2013년 11월 2일 캡처)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기

전통적으로 카메라는 삼각대에 세워 놓거나, 어깨에 둘러메거나, 두 손으로 들거나, 적어도 한 손으로는 들어야 하는 디바이스였다. 파지의 방법은 디지털 시대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어 액정 모니터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게 된 것이 그나마 큰 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스마트폰은, 개인이 항상 몸에 지니고 있는 단말기로서 찰나를 놓치지 않는 더 간편한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사진=개인의 기록”의 전성시대를 열었지만, 여전히 손이 필요하다.

그나마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잡을 수 있으면 양반이다. 화면을 터치해야만 찍히는 방식에선 파지가 불안하다. 손이 작다거나, 한국에서 유행하는 패블릿이라면, 한 손으로 터치까지 누르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거의 패블릿의 기본 액세서리가 된 플립 커버를 장착하고 있다면, 커버를 열고 한 손으론 수첩을 들 듯 폰을 피사체를 향해 고정한 후, 다른 손으로 터치를 눌러야만 한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두 손을 쓰는 것이 맘에 편안할 수도 있다. 양손으로 폰을 가로로 잡고, 그 상태에서 찍을 때만 한 손 엄지로 터치를 해주면 된다. 가끔은 아이패드를 들고도 그렇게 사진을 찍고 있는 경우를 본다. 그래도 셀카를 찍는다면 파지가 다소 불안하더라도 양손보단 한 손이 선호된다. 최대한 카메라를 멀리 놓고 찍어야 하기도 하고, 거울 반사를 이용하더라도 역시 자연스러운 포즈를 위해선 양손보단 한 손이 낫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다양한 파지법. © 2013 DIGXTAL LAB
스마트폰 카메라의 다양한 파지법. © 2013 DIGXTAL LAB

 

스마트폰 카메라 파지법은 숙제

스마트 디바이스들은 카메라가 중요한 기능이긴 하지만, 카메라만을 위해 디자인되진 않는다. 물론 삼성 갤럭시 카메라 같은 제품도 있긴 하지만, 그게 카메라인지 스마트폰인지 경계가 모호하다. 카메라의 외형으로 파지가 다소 편해질 수는 있지만,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기준은 ‘카메라가’가 아니라 ‘카메라도’이다. 다른 멋진 많은 일을 하는 스마트폰에 카메라 성능도 훌륭하면 금상첨화라는 얘기.

카메라의 성능이 문제라면, 소니 QX10처럼 렌즈 액세서리가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개념적으론 훌륭해 보이지만, 경험적으로는 문제가 예상된다. 그 커다란 렌즈를 어디에 넣고 다닐 것이며, 렌즈를 분리해 찍을 수 있다는 그 차별화가 정말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다. 특히, 렌즈를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으로 스마트폰을 보며 찍어야 하는 파지법은, 말하자면 기존엔 양손을 모아서 하던 걸, 두 손을 벌려서 한다는 정도의 차이 말고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소니 QX10의 렌즈와 스마트폰이 분리된 다양한 촬영 예 (출처: 소니스토어)
소니 QX10의 렌즈와 스마트폰이 분리된 다양한 촬영 예 (출처: 소니스토어)

QX10 같은 극단적인 예나, 갤럭시 카메라 같은 본격적인 카메라 그립은 아니더라도, 뭔가 스마트폰의 카메라용 그립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 특히 터치로 사진을 찍는 동작은 불안하고 어색하기 그지없다. 제대로 된 셔터 버튼이 필요한데, 그런 아이디어는 액세서리로 구현되기도 했다. 한때 킥스타터 프로젝트로 진행되어 주목을 받았던, 셔터 버튼이 달린 카메라용 그립을 아이폰에 끼우는 레드 팝(Red Pop)이라는 제품이 그것이다. 아이디어는 기발했지만, 역시 액세서리라는 건 뭔가 거추장스럽다. ‘Camera+’라는 앱은 볼륨키를 셔터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올렸다가 애플 심사에서 거절당하기도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나중엔 애플이 정식으로 이 기능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 볼륨 버튼은 카메라 기능을 위해 전용된 것이 아니라서 최적의 파지법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가뜩이나 얇은 아이폰을 들고 볼륨키를 누르는 것도 불안한데, 자칫하면 나머지 손가락이 렌즈를 가리기 쉬우므로, 특별한 형태로 쥐어야만 하는 어려움도 있다.

왼쪽: '레드 팝' 아이폰 액세서리, 오른쪽: 아이폰 볼륨업 키의 셔터 기능
왼쪽: ‘레드 팝’ 아이폰 액세서리, 오른쪽: 아이폰 볼륨업 키의 셔터 기능

스마트폰으로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소비자에겐 화소수나 다른 고품질 기능보다도 더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정말 고품질의 사진을 원한다면, 어설픈 스마트폰은 주머니에 두고, 묵직한 DSLR을 기꺼이 메고 다닐 것이기에.

나를 찍으라

셀카는, 얼마 전 온라인 옥스퍼드 사전에도 ‘selfie’라는 단어로 갓 등재된, 특히 십 대의 90% 이상이 소셜 미디어에 자기 사진을 올린다는, 이 시대의 대표적인 사회적 현상이다. 그런데 불안한 스마트폰 카메라 파지법에서는 비교적 고난도 촬영법에 속한다. 그나마 요즘은 전면 카메라가 기본이라 한 손으로 자기 얼굴을 찍는 것은 가능하지만, 얼짱 각도를 잘 살려 찍으려면 팔을 최대한 들어올려야 하는 곡예를 해야 한다. 좀 편하자고 거울을 보고 찍는 것은 아무래도 모양은 빠진다.

역시 제대로 셀카를 찍으려면, 삼각대를 세우거나 포토 부스에 들어가 자리 잡고 가만히 있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스마트 시대라면 움직이는 나를 쫓으며 자동으로 사진을 찍어줄 수도 있다. 그런 아이디어가 스위블(Swivl)이라는 제품에 녹아있다. 스위블은 IR 신호를 쏘는 ‘마커’를 지니고 있는 타겟을 향해 자동으로 카메라 방향을 실시간 회전시키며 촬영한다.

왼쪽: 스위블, 오른쪽: 펫 에이알.드론 (출처: 스위블, 파퓰러 사이언스)
왼쪽: 스위블(사진 출처: 스위블) 오른쪽: 펫 에이알.드론(사진 출처: 파퓰러 사이언스)

그리고, 공상 과학 같은 프로토타입 수준이긴 하지만, 펫 에이알.드론(Pet AR.Drone)이라는 드론 형태의 자동 기록 장치도 있다. 이 펫 드론은 누가 조정을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동 항법으로 타겟을 따라다닌다.

원격에서 조종하라

펫 에이알.드론은 패롯(Parrot)사의 히트 상품인 에이알.드론(AR.Drone)을 기반으로 제작된 것이다. 드론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카메라에 대한 사람들의 욕심 중 하나는 시각적 제한을 벗어나려는 것이다. 내 손에서 지금 찍고 있는 영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이 한계를 벗어난 각도에서의 영상을 궁금해한다. 그를 위해 이용되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드론이다. 최근에 무인 드론을 조종해서 고공 촬영을 하는 카메라가 열풍이다. 요즘 제작되는 각종 TV 프로그램에 거의 필수 장비로 동원되어, 예전엔 엄두도 못 냈을 헬기 촬영 효과를 저렴한 가격-에이알.드론은 40만 원대에 불과-에 손쉽게 얻어내고 있다. TV 촬영은 물론, 인명 구조, 과학 탐사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을 하고 있지만, 역기능도 있다. 미국이 테러리스트의 암살 제거를 목적으로 군사용 무인 드론을 이용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물론 지상에서 움직이는 원격 카메라도 빼놓을 수 없겠다. 보통은 이런 원격 카메라는 사진을 찍기보다는 영상을 모니터링하거나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 용도로 사용된다. 유아 모니터링은 가장 일반적인 상용품일 것이다. 이 분야에는, 몇 년 전 나왔던 로비오(Rovio)나 아이폰과 결합한 감성 로봇 로모(Romo) 같은 장난감 시장 타겟의 로봇에서부터, 아이로봇의 전문적인 방위∙안전용 로봇까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많다. 아이패드와 세그웨이 스타일의 자가 균형 이동체를 결합한 더블(Double)은 텔레프레즌스의 참신한 아이디어로 주목을 받았다.

다양한 원격 조종 카메라의 예.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패롯 에이알.드론(사진 출처: 패롯), 로모티브 로모(사진 출처: 로모티브), 더블 로보틱스 더블(사진 출처: 더블 로보틱스), 아이로봇 710 워리어(사진 출처: 아이로봇), 와우위 로비오(사진 출처: 해머커 슐레머)
다양한 원격 조종 카메라의 예.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패롯 에이알.드론(사진 출처: 패롯), 로모티브 로모(사진 출처: 로모티브), 더블 로보틱스 더블(사진 출처: 더블 로보틱스), 아이로봇 710 워리어(사진 출처: 아이로봇), 와우위 로비오(사진 출처: 해머커 슐레머)

이런 원격 조종 카메라는 특수한 목적이 아니라면, 소규모의 틈새 취미 시장을 넘지는 못한다. 하지만 스마트폰, 태블릿 같은 개인용 스마트 디바이스를 활용한 원격 조종 애플리케이션이 일반화되고 있으며, 로모나 더블의 예에서처럼, 스마트 디바이스 자체가 원격 카메라의 역할로 활용되는 신선한 아이디어들도 관심을 끌고 있다. 개인용 스마트 디바이스가 단순한 카메라의 대체가 아닌, 카메라와 관련된 기발한 애플리케이션으로의 확장을 통해, 새로운 다양성의 시장으로서 개인 카메라 소비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손을 자유롭게 하라

자, 다시 불편한 파지법의 문제로 돌아와 보자. 사실 이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얼마나 편하게 잡을 수 있게 하느냐가 아니라, 손을 사용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2007년에 저스틴 캔(Justin Kan)이라는 청년이, 야구 모자에 웹캠을 달고, 노트북으로 EV-DO 이동전화망에 연결해 들고 다니며 실시간 영상 중계를 하는 저스틴.티브이(Justin.tv) 사이트를 열어 주목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서도 촛불 집회를 계기로, 개인들이 영상을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개인 미디어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개인들이 스스로 사진을 찍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카메라의 경량화와 조작의 간편성에 대한 요구도 높아졌다.

특히 레저 스포츠 같은 활동에서 카메라는 가장 귀찮으면서도 없으면 아쉬운 존재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나온 것이 액션 카메라이다. 이 카메라들의 특징은 굉장히 작다는 것인데, 이는 어딘가에 부착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이다.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인 고프로(GoPro)는 다양한 마운트 액세서리가 갖춰져 있다.

다양한 고프로 마운트 액세서리 (사진 출처: 고프로)
다양한 고프로 마운트 액세서리 (사진 출처: 고프로)

몸 어디에 붙이든, 장비에 붙이든, 주된 목적은 손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레저 스포츠 같은 격한 활동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도, 카메라 또는 스마트폰을 일상적으로 손에 들고 다녀야 하는 것은 불편하다. 그런 니즈에 대응하는 예가 룩시(Looxcie)라는 핸즈프리 카메라인데, 블루투스 헤드셋처럼 귀에 꽂고 다니는 형태이다.

최근엔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데, 여기서도 카메라는 중요한 기능이다. 구글 글래스를 처음 본 사람들이 주로 감탄해 마지않는 건, 사진이나 동영상을 음성 명령으로 찍을 수 있다는 손을 전혀 쓰지 않는 완벽한 핸즈프리 카메라의 구현에 있다. 본격적인 스마트 와치 폼팩터로 엄청난 마케팅이 되고 있는 삼성 갤럭시 기어에도 카메라 기능이 있다. 기어는 사진을 찍기 위해 화면을 터치해야 하는 완전한 핸즈프리는 아니지만, 카메라를 잡아야 하는 파지의 불편함에서는 분명히 해방되어 있다.

웨어러블 핸즈프리 카메라 기능의 예. 왼쪽 위부터, 룩시 2(사진 출처: 룩시), 삼성 갤럭시 기어(사진 출처: 삼성), 구글 글래스(사진 출처: 구글)
웨어러블 핸즈프리 카메라 기능의 예. 왼쪽 위부터, 룩시 2(사진 출처: 룩시), 삼성 갤럭시 기어(사진 출처: 삼성), 구글 글래스(사진 출처: 구글)

손이 자유롭게 된다는 것은, 그만큼 기동력이 생기고 개인 미디어를 생산해 낼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카메라 대중화의 일등 공신이었다면, 핸즈프리 웨어러블 카메라는 개인 미디어의 새로운 시대상을 완성하는 정점이 될 것이다.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에 대한 전망은 의구심이 많이 들지만, 웨어러블 카메라만큼은 잠재력이 충분하다.

알아서 기록하라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핸즈프리 역할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자동 기록의 라이프 로깅으로도 발전하고 있다. 목걸이 형태의 카메라로 일정 시간 간격으로 정지 화상을 찍는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의 센스캠(SenseCam) 프로젝트가 거의 원조 격이다. 이 프로젝트는 바이콘 리뷰(Vicon Revue)라는 제품으로 상용화가 되었으나,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보조 기구로서 타겟팅을 했고 상대적으로 고가였기 때문에,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최근에는 스웨덴 회사인 내러티브(Narrative, 구 Memoto)에서 만든 클립 형태의 초소형 라이프 로깅 카메라가 킥스타터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리고 상용화된 것은 아니나, 뇌파를 이용하여 관심도가 높아질 때만 영상을 기록하는 뉴로캠(neurocam)이라는 프로젝트도 있다. 아이폰까지 머리에 두르고 있는 아직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지만, 가치 없는 영상 기록 낭비를 줄이고, 관심이 있었던 대상에 대해서만 기록을 한다는 의미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왼쪽: 내러티브(사진 출처: 내러티브, 동영상 캡처), 오른쪽: 뉴로캠(사진 출처: 뉴로웨어, 동영상 캡처)
왼쪽: 내러티브(사진 출처: 내러티브, 동영상 캡처), 오른쪽: 뉴로캠(사진 출처: 뉴로웨어, 동영상 캡처)

손을 사용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신경을 끄고 있어도 알아서 필요한 사진을 찍어준다는 컨셉이 미래적으로만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실 이미 자동차 블랙박스에 일반적으로 채택된 충돌 순간 감지 저장 기능이 그런 것이다. 즉, 알아서 기록한다는 라이프 로깅의 현실적인 수요는 블랙박스처럼 틈새적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 기록이 필요한 틈새를 얼마나 적절하게 걸러주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

멋진 항공 사진을 찍는 드론이 침묵의 암살 병기로 변할 수 있듯, 기술엔 항상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카메라가 의식하지 않아도 스마트하게 동작을 한다는 것은, 찍는 사람 처지에서는 순기능일지 모르지만, 찍히는 사람 처지에선 역기능일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수없이 박혀 있는 갖가지 종류의 공적∙사적 CCTV에 노출되어 있는데, 이제 개개인이 알게 모르게 나를 찍어대고 있다면, 그리 달가운 얘기는 아니다. 미국 경찰은 외근 경찰관들의 웨어러블 카메라 부착을 시험 운용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 그런 면에서라면 절대 뒤질 나라가 아니다. 곧 닥칠 현실이다. 이미 프라이버시를 우려해 구글 글래스를 금지하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장밋빛 미래로 그려지고 있는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도 그런 면에선 어두운 그늘을 예고하고 있다. 이젠 사람뿐 아니라 사물들까지 나를 찍어대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누구네 집 초인종을 누르면 내 얼굴이 바로 찍힐 것이고, 가게에서 결제하면 POS가 내 얼굴을 스캔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저기서 찍힌 내 얼굴이 인터넷 클라우드에 저장되고, 그 멋진 빅데이터 분석 기술과 얼굴 인식 기술로 내 정체성을 기가 막히게 밝혀낼 것이다. 머나먼 미래 얘기가 아니다. 영국 테스코는 전국 450여 개 주유소 계산대에 안면 스캔 카메라를 설치하고, 손님의 나이와 성별을 인식하여 맞춤형 광고를 할 것이라 한다.

사실 프라이버시 문제에 대해선 뾰족한 해법이 없다. 규제로 풀자니, 산업이 죽고, 자율로 풀자니 지킬 사람이 없다. 결국, 공은 항상 소비자에게 스매싱 된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시장은 본질적으로 소비자의 니즈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프라이버시를 걱정한다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려는 제품이 반격 등장하게 될 것이다. 물론 개인 정보의 가치가 절실한 마케터들의 반격을 소비자들이 이겨낼 수 있지는 미지수다. 예를 들어, 고객의 대화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고-이용하지 않고- 버리는 스냅챗은 기업 가치가 제로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기업의 관점은 항상 그렇다.

무슨 이벤트나 있어야 맘먹고 무거운 필름 카메라를 둘러메고 나서서, 두 손 받쳐 들고 숨을 참아 셔터를 누르고, 필름 고이 감아 현상소에 맡겨 하루를 보내야 겨우 사진 몇 장을 손에 쥐던 그 고단함을, 사람들은 ‘스마트’하지 않다고 말한다. 날아가는 까마귀를 보고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바로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세상이 되자, 조금은 ‘스마트’해졌다고 한다. 이제는 기계가 알아서 사진을 다 찍어준단다. 그럼 정말 ‘스마트’한 세상이 되었나?

결정적인 문법 오류가 있다. ‘스마트하다’의 주어가 없다. 기계가 스마트한 것인가. 그래서 우리도 스마트해진 것인가. 그렇게 얘기를 하고 보면, 정말 뭐가 ‘스마트’하다는 것인가. 여기엔 여전히 인간의 관리가 필요하다. 어느 정도는 원칙론적인 규제도 필요하고, 기업의 윤리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스마트 시대 소비자의 ‘스마트니스(smartness)’뿐이다. ‘관리’되지 않는 기계는 스마트하지도 않고, ‘관리’하지 않는 소비자도 ‘스마트’하지 않다.

기술은 경이롭고, 카메라의 진화는 흥미롭다. 이것을 버리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의 스마트한 카메라 세상은, 카메라로서의 기능이나 성능의 개선보다도, 또는 새로운 정보의 생성과 노출보다도, 소비자가 스스로를 보호하면서 기술을 제어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더 발전해야 한다. 도대체 그 방법은 뭘까. 이건 또 숙제다.

 

[게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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