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는 죽지 않고 진화한다 (지디넷코리아 기고 컬럼)

[요약] 데스크톱과 노트북의 전통적인 PC 시장은 위축되고 있으나, 울트라모바일, 태블릿의 새로운 카테고리가 등장하며, 오히려 전체 PC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애플의 ‘포스트-PC’는 잘 포지셔닝되고 최적화된 PC의 카테고리 분화를 이끌었고,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의 PC 시장의 가능성을 더 크게 열어줄 것이다. ✍

지디넷코리아에 기고한 컬럼이다. 아래 링크 참조.

죽어가는 PC를 위한 희망가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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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는 죽지 않고 진화한다

 

최근, 태블릿 시장이 성장하면서, PC 시장이 잠식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가트너의 자료를 보면, PC 출하량은 2012년 3억 4,127만 대, 2013년 3억 310만 대(전년 대비, 11.2% 감소), 2014년 2억 8,157만 대(7% 감소)로 해마다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확실히, 전통적인 PC 시장은 위축되고 있다. 하지만 데스크톱과 노트북의 ‘전통적’인 PC가 그렇다. 가트너의 자료에 별도의 카테고리가 분리된 ‘울트라모바일’은 맥북 에어, 울트라북 같은 이동성이 강조된 보다 경량화 폼팩터의 PC를 말한다. 이 울트라모바일 PC는 2012년 979만 대에서, 2013년 1,860만 대(90% 증가), 2014년 3,990만 대(115% 증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태블릿은 2012년 1억 2,020만 대, 2013년 1억 8,443만 대(53% 증가), 2014년 2억 6,323만 대(43% 증가)로 비약적인 증가 추세가 예상된다. 출하량으로만 보면, 내년엔 PC와 태블릿의 규모가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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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명확한 모양을 보여주고 있다. 전통적인 PC 폼팩터의 점유율은 낮아지고 있으나, 그 자리를 울트라모바일 PC가 보전하고 있고, 거기에 태블릿을 합치면 오히려 PC 시장은 위축되고 있는 게 아니라,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이 세 카테고리를 합쳐보면, 2013년에는 5억 613만 대(7.4% 증가), 2014년에 5억 8,469만 대(15.5% 증가)로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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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PC 시장 전략의 중심 철학은 소위 마이크로소프트의 ‘PC 플러스’ 개념이다. PC가 모든 것을 하는 중심 디바이스라는 것이다. 다른 디바이스들은 PC라는 센터와 연동되어야 하며,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데 머물러 있었다. 이러한 기조하에서 PC 시장은 1가구 1PC에서 1인 1PC로, 그리고 1인 2PC(세컨드 PC) 전략으로 확대를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PC의 폼팩터는 그래서 더 개인화되는 방향-이동성이 강화된 경량화-으로 진화했다. 가정용이 아니라 개인용이 되어야 파이가 커질 것이기도 하지만, 공유보다는 사유를 더 선호하는 소비자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다하는 PC를 하나 더 구매한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데스크톱은 서재에 있고, 노트북을 가지고 이동을 한다. 이 모든 시스템이 모든 것을 다하는 성능을 갖춘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하지만 시장을 결정하는 요소는 오로지 가치에 대비한 경제성이다. 경제성은 성능과 타협한다. 그래서 세컨드 PC로 저렴한 넷북이 주목을 받는 건 아주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넷북은 모든 것을 할 줄은 알지만, 다 잘하는 것은 아니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를 소개하면서, 그런 넷북을 비난했었다. 모든 디바이스가 PC가 되어야 하는 ‘PC 플러스’는 뭔가 모자란 제품군을 양산했다. 넷북이 그랬고, 울트라PCUMPC가 그랬고, 포켓PC가 그랬다. 모두 다 PC의 모양새였지만, 우리가 바라는 그런 PC는 아니었다. 그렇게 PC 시장은 위축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반등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울트라모바일과 태블릿이다.

울트라모바일과 태블릿은 PC가 개인화되어야 한다는 유산을 충실히 따르고 있지만, 소비자가 기대하는 바를 저버리는 실패의 공식을 따르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기존의 PC만큼 성능이 나와주던지, 특정 기대에 특화되던지하는 전략이 필요했고, 이것이 어느 정도 적중하고 있다. 경량화와 이동성을 극대화해주는 기술이 충분히 경제성을 갖추게 되면서, PC의 대안으로서 울트라모바일이 주목을 받고 있고, 생산성과 분리된 소비성의 디바이스로서 최적화된 태블릿의 유용성도 입증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PC 시장 부흥의 시나리오를 주도하고 있는 회사는 애플이다. 과거 PC 시장은 ‘PC 플러스’의 마이크로소프트가 잘 이끌었으나 결국은 포화하였고 방향을 잃었다. 이제는 그 한계점을 ‘포스트-PC’의 애플이 넘으려 하고 있다. 포스트-PC는 단순히 PC가 아닌 다른 디바이스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얼마 전 애플이 맥과 아이패드 신제품을 발표한 이벤트를 보면, 이제는 포스트-PC가 전체 PC 제품군을 아우르는 개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바로 타겟에 최적화된 PC, 잘 포지셔닝된 PC가 포스트-PC 개념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아이패드는 소비성-생산성이 아니라-에 특화된 개인화된 미디어 PC이다. 맥북 에어는 이동성이 강화된 비즈니스 생산성 PC이다. 맥프로는 고성능의 크리에이티브 PC-“크리에이티브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는 맥프로의 캐치프레이즈를 상기하자-이다. 뭐든지 다 하는 PC 제품군이 CPU 성능별로 단순히 나열되고 있는 게 아니라, 특정한 타겟에 맞는 카테고리로 명확히 포지셔닝하고 있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주창했던 포스트-PC는 바로 “특정 기능에 특화되고 사용자의 인문학적 소비 경험에 더 집중하려는 PC”였던 것이다. 이를 위해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최적화를 위해 융화되어야 한다. 그러니 애플이 새 OS인 매버릭스를 공짜라고 외친 것은, 소프트웨어의 덤핑이 아니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분리되지 않는 ‘하나’라고 선언하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아이패드, 맥북 에어, 맥프로는 정확히 가트너가 분류한 태블릿, 울트라모바일, PC의 카테고리이다. 굳이 PC를 하나 더 사야 할 필요가 있을까의 의문이 아니라, 얼마든지 필요한 영역의 PC를 추가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맥프로, 맥북 에어, 아이패드를 모두 갖고 있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다. 음악 작업을 하려면 맥프로가 필요하고, 이동하면서 문서 작성을 하려면 맥북 에어가 제격이고, 방송 다시보기를 하려면 아이패드가 딱 맞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PC의 또 다른 카테고리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맥 미니 폼팩터와 비슷한 개인용 홈 클라우드 서버와 클라우드 노트북의 조합을 그려볼 수도 있다. TV는 어떤가. 모든 걸 다 할 줄 아는 ‘PC 플러스’가 아니라, 최적화된 ‘포스트-PC’로서의 TV도 가능한 폼팩터이다. 모두가 만능 PC가 되어 잉여 자원의 경제성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제 위치에 딱 맞는 PC로 자연스럽게 추가될 수 있다.

PC 시장은 죽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

 

이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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