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콘(iBeacon): 알아서 결제하라 (씨넷코리아 기고 컬럼)

[요약] iOS 7에 새롭게 추가된 블루투스 저에너지(BLE)를 활용한 마이크로 로케이션 기능인 ‘아이비콘(iBeacon)’은 NFC를 대체할 결제 솔루션의 준비 기반으로서 그 잠재력이 주목받고 있다. 아이패드, 패스북, 터치 ID, 아이애드, 애플 ID 등 ‘아이커머스(iCommerce)’를 위한 애플 생태계 준비가 완료되었다. 하지만 액티브엑스와 안드로이드의 나라, 한국에서도 과연 그 생태계가 먹힐까? ✍

씨넷코리아에 기고한 컬럼입니다. 아래 링크 참조.

iOS7 아이비콘에 담긴 결제 서비스 혁신의 메시지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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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콘(iBeacon): 알아서 결제하라.

 

골드, 64비트, 지문 인식…. 새로운 아이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 키워드에 또 한 단어가 추가되고 있다. 그것은 바로 iOS 7의 한 기능인 ‘아이비콘(iBeacon)’-실제로는 그런 역할을 하는 장치의 이름이 ‘iBeacon’이고, 기능의 명칭은 복수형으로 ‘iBeacons’이나, 혼동을 피하기 위해 본 글에서는 모두 ‘아이비콘’이라 표기-이다. 지난 6월 애플의 WWDC 이후 애플인사이더 등의 인터넷 매체를 통해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최근 기가옴에서 그 잠재력에 대한 분석 기사를 내면서 미디어의 관심을 다시 받기 시작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아이비콘은 블루투스 저에너지(Bluetooth Low Energy; BLE) 통신 규약을 기반으로 하는 마이크로 로케이션(micro-location) 관련 기능이다. WWDC에서 발표는 되었지만, 개발자들과 NDA가 체결되어 있어 구체적인 사양은 아직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다만 개발자 사이트에 간략히 이렇게 소개되어 있다.

근처의 iOS 7 디바이스들에게 자신의 존재[presence]를 알릴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저전력, 저비용 송신기인 아이비콘은, 공원의 경로 표시, 박물관 전시물, 또는 매장의 상품 진열 같은,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위치 인식을 앱에 제공한다.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아이비콘 장치의 비콘 신호 영역 안에 아이폰을 소지한 사람이 들어오면, 아이폰에 그 지역에 특화된 여러 서비스, 예를 들어 자동 체크인, 쿠폰 제안, 실내 위치 파악, 자동 결제 등의 애플리케이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마이크로 로케이션 서비스 시나리오 자체는 이제 진부하게 느낄 정도로 정형화되어 있다. 이미 숍킥(Shopkick)이 라는 업체가 그런 서비스를 타겟(Target), 메이시스(Macy’s), 베스트 바이(Best Buy) 등 대형 체인 매장과 함께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단지 다른 점이라면 숍킥은 신호가 BLE가 아니라 자체 특허 기술의 비 가청대역 음파라는 것뿐이다.

아이비콘에 대한 관심의 초점은 BLE다. 사실은 아이비콘이 공개되기 이전부터 BLE 규격에 대한 관심은 높아가고 있었다. 블루투스 4.0을 채택한 스마트폰들은 이미 BLE를 지원하고 있고, 특히 웨어러블 단말기를 비롯한 IoT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비콘과 결합한 BLE를 특히 주목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NFC를 사장(死藏)할 수 있는 강력한 결제 솔루션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애플이 그동안 갖은 루머에도 불구하고, 또한 iOS 6에서 이미 스마트 지갑 서비스인 패스북(Passbook)을 출시했음에도, 결제 솔루션은 빠져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NFC는 채택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구글이 구글 월릿(Google Wallet)과 NFC 기반의 안드로이드 빔(Android Beam)으로 모바일 결제 솔루션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듯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사실은 그럼에도 NFC 기반의 결제 시장은 잘 열리지 않고 있다.

NFC 결제의 문제점은-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미래 지향적이지 않은 사용자 경험에 있다. 전적으로 소비자 관점에서, 마그네틱 카드를 지갑에서 꺼내 매장 아주머니에게 맡기는 행위와 스마트폰을 꺼내 인식기 위에 갖다 대는 행위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이에 대한 미래 지향적인 해답은 iOS 기반 모바일 결제 업체인 스퀘어(Square)가 이미 내놨다. ‘Pay with your name.’ 이름만 말하면 결제가 된다는데, 카드가 무슨 소용이고, NFC는 또 무엇인가.

그러나 스퀘어의 솔루션도 아직 완전하지 않다. 스마트폰의 GPS와 와이파이 신호로 소비자의 위치를 파악하기 때문에 정확하지가 않다. 그래서 스퀘어를 강력한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는 페이팔(Paypal)에서 페이팔 비콘이라는 BLE 기반의 장치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에스티모트(Estimote), 록시미티(Roximity) 같은 스타트업들도 시계에 들어가는 전지로 2년 정도까지 버티는 유사한 저전력 비콘 장치를 만들고 있다.

이제 애플이 이 BLE 규격을 기반으로 하는 ‘아이비콘’이라는 해법을 들고 나왔다. 체크인 피로감과 서비스 확장의 한계를 걱정하고 있는 포스퀘어가 우선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전략적 돌파구가 필요한 포스퀘어가 에스티모트 같은 회사를 인수한다는 기사를 가까운 미래에 보게 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 없다.) 그리고 결제가 없었던 패스북의 시나리오가 완성될 것이다. 이젠 신용카드를 패스북에 연동해도 되고, 애플 ID를 통한 간편 결제를 적용해도 될 것이다. 이제는 백화점 근처가 아니라, 백화점 내의 특정 매장에 가면 해당 쿠폰이 뜨게 될 것이다. 아이애드(iAd)가 지역 기반 타게팅으로 특화될 수도 있다. (이미 애도맬리(Adomaly)라는 업체는 아이비콘을 이용해 광고를 송출하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BLE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비콘을 이용한 이런 지역 기반 서비스 시나리오는 이미 애플이 2008년 출원한 특허에 등장한다. 오래전부터 그런 시나리오를 준비해 오고 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본인이 매장에 있을 때에만 결제한다고 해도 보안 문제는 항상 우려스럽다. 아이비콘이 제3 업체들의 비콘 장치를 지원하고 있기는 하지만, iOS 단말기 자체가 비콘 장치가 될 수도 있다. 말하자면 스퀘어의 아이패드 POS가 아이비콘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스퀘어는 분명 아이비콘 연동 개발에 관여하고 있을 것이다!) 단순히 정보를 주는 역할은 소형 설치형 비콘으로 커버한다고 해도, 결제나 티켓 확인같이 보안이 중요한 포인트는 점원이 운영하는 아이패드를 비콘 포스트로 하는 것이 솔루션이 될 수 있겠다. 그렇게 되면 아이패드가 상업 시장에서 더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애플은 보안 문제 관련한 중요한 솔루션을 가지고 있다. 바로 지문 인식 기술인 ‘터치 ID’이다. 본인을 확인하는 절차로는 이만한 게 없다. 아이비콘과 자연스럽게 연동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아이비콘과 연계가 되지 않더라도 터치 ID 자체만으로도 결제 솔루션으로 잠재력이 크다. 인터넷에서 구매를 누르면 아이폰으로 결제 요청이 오고, 지문 인식을 하면 결제가 완료된다. 액티브엑스가 울고 갈 멋진 시나리오 아닌가.)

그리고 아이비콘이 매장과 마케터들에게 안겨줄 가장 큰 선물은 바로 고객 리텐션(retention)이다. 패스북이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긴 하지만, 아이비콘은 존재[presence]와 결제라는 고객의 핵심 상행위를 고스란히 담을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다. 그만큼 고객이 가장 우려할 수 있는 프라이버시 문제가 내포되어 있긴 하지만, 어차피 이 문제는 마케터와 소비자 간에 밀고 당기는 끝나지 않는 줄다리기 시합이다.

이런 ‘아이커머스(iCommerce)’ 세상을 상상해 보자.

매장엔 아이패드 POS가 설치되어 있고, 신형 아이폰을 가진 고객이 방문한다. 패스북에 쿠폰이 첨부된 아이애드가 뜬다. 점원에게 확인하고 물건을 받는다. 다른 물건을 구경하는 사이 점원은 아이패드에 뜬 고객 사진을 확인하고 결제 요청을 터치한다. 모든 상품 선택이 끝나고, 고객은 아이패드 POS 앞에 있는 점원에게 가서 패스북으로 요청된 결제 항목들을 확인하고 아이폰으로 지문 인식을 한다. 애플 ID에 연결된 현대카드로 결제되고, 패스북으로 영수증이 자동 발행된다. 모든 고객의 행위들은 기록되어 매장에서 향후 고객 응대 자료로 활용한다.

멋진 시나리오다. 이러니 NFC는 명함도 못 내밀 처지가 되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환경이 한국에서도 가능할지는 회의적이다. 우선 ‘액티브엑스가 없다’는 이유로 국내 카드사들이 참여를 거부할지도 모른다. (알라딘 사태를 보라.) 게다가 안드로이드 점유율이 90%나 되는 한국에서 이런 애플 생태계가 가당키나 하겠는가. 한국에선, 고객들은 대부분 삼성 갤럭시를 가지고 있을 것이고, 카드사들은 애플 시스템과 협력하지 않을 것이며, 금감원과 미래부는 난색을 표명할 것이고, 신문들은 시작하지도 않은 아이커머스의 실패를 분석하는 기사를 싣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분위기를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NFC를 밀던 구글이 늦게나마(안드로이드 4.3부터) BLE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다. 삼성도 아이커머스에 대응하는 에스커머스(S-Commerce)를 준비할지도 모르겠다. 아이(i)든 에스(s)든 간에, 새로운 커머스 세상이 한국에서도 잘 정착하려면, 시장이 왜곡되지 않는 좀 말랑말랑한 IT 강국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이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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