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유튜브 생태계

[요약] 유튜브 기반의 MCN(Multi-Channel Network) 업체들은 수익 배분율이 낮고 가입자/광고주 제어력이 없어서 지속 가능한 사업을 운영하기 어려움. 더욱 건강한 생태계와 시장 규모의 확대를 위해선 MCN  중심의 컨텐트 배급 관점으로의 시장 전략 필요. ☞

유튜브에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나 TV 네트워크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MCN(Multi-Channel Network)이 존재합니다. 고군분투하는 재능있는 개별 유튜버들의 채널들을 모아서 ‘관리’해주는 일종의 유튜브 컨텐트 배급 대행사죠. 유튜브가 정의하는 MCN이란 이렇습니다.

MCN(Multi-Channel Networks)은 여러 개의 YouTube 채널과 제휴한 조직으로서 제품, 프로그래밍, 자금 지원, 교차 프로모션, 파트너 관리, 디지털 저작권 관리, 수익 창출/판매, 잠재고객 확보와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도움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리비전3(Revision3), 머쉬니마(Machinima), 풀스크린(Fullscreen), 메이커 스튜디오스(Maker Studios) 등이 대표적인 MCN입니다.

그럼 유튜브와 MCN과의 관계는?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유튜브는 MCN에 대한 가이드라인까지도 마련해 놓고 있지만, “유튜브 또는 구글은 MCN 업체들과 제휴관계가 없으며 이들을 보증하지도 않는다”는 말로 철저히 선을 긋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유튜브는 태생적으로 사용자 직접 참여 기반의 평등적 개방형 서비스입니다. 구글 사업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따라서 미들맨이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유튜브가 아마추어 세계에서 프로페셔널의 세계로 변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MCN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개별 탤런트들에게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큰돈의 흐름을 만들어주는 것이죠. 이건 유튜브도 바라는 바입니다.

하지만 유튜브는 MCN과 거리를 두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개별 오리지널 채널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MCN 측면에서 보면, 유튜브는 하나의 플랫폼에 불과합니다. 다른 플랫폼으로 얼마든지 컨텐트를 유통할 수 있습니다. 만약 개별 탤런트들이 MCN과 더 깊은 관계를 형성한다면, 유튜브의 탤런트들에 대한 제어력이 약화하고 단순한 컨텐트 유통 플랫폼으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유튜브를 미래 TV의 대체재로 키우려는 구글의 야망에 누가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MCN이 유튜브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고, 구글도 그것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구글이 대표적인 MCN인 머쉬니마에 투자를 한 것도 그런 이유겠죠.

유튜브 중심 생태계
유튜브 중심 생태계

하지만 MCN의 수익 기반이 불안정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구글이 유튜브 매출에서 가져가는 45%의 수익 배분이 너무 과하다는 겁니다. MCN이 수익을 극대화하려면, 가입자와 광고주를 스스로 제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두 가지는 구글이 절대로 내놓지 않는 것이죠. 그러니 인기 있는 채널들을 최대한 많이 모아서 커버리지를 극대화하는 방향 말고는 딱히 수익 극대화의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예를 들어 풀스크린이라는 업체는 관리 채널이 무려 1만 개가 넘습니다. 과연 그 많은 채널이 정말 ‘관리’가 되고, 돈을 벌고 있는 걸까요?) 구글이 45%를 가져가고 남는 유튜브의 CPM이 대략 $3~$5라고 합니다. 여기서 MCN의 수익은 평균 30% 정도 된다고 하니 대충 한국 돈으로 CPM 1천 원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즉, 시청 조회 건당 1원입니다. 조회수가 1백만 회가 되면 1백만 원을 버는 거죠. 가볍게 얘기를 했지만 1백만이라는 숫자가 정말 어려운 목표입니다. 정확히 공개된 자료가 없어서 유튜브 인기 동영상 순으로 리비전3-인기 MCN 중 하나로 디스커버리에 피인수-의 조회수를 살펴봤습니다.

리비전3의 인기 동영상 탑 100 조회수 분포
리비전3의 인기 동영상 탑 100 조회수 분포

위 그래프는 리비전3의 누적(약 5년간) 인기 동영상 상위 100위의 조회수 분포도입니다.(유튜브 해당 채널 페이지에서 긁은 자료이니 정확한 건 아닙니다.)  5년 동안 조회수 1백만을 넘는 동영상이 겨우 12개에 불과합니다. 상위 100위까지의 조회수 중간값은 약 38만 회입니다. 보통 회당 30~40만 원을 벌면 선방을 한 셈이죠. 내막을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 사업성이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구글의 세금이 너무 높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겠죠.

이것도 세계 최대의 비디오 시장 미국의 얘기입니다. 이것을 그대로 한국 시장에서 생각해 보죠.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독립 뉴스 채널 뉴스타파의 최고 조회수는 약 40만 회이지만, 보통은 10만 회 전후로 트래픽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물론 인기 케이팝 동영상들은 몇천, 몇억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 시장은 한국이 아니라 글로벌이므로 비교 대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좌우간 뉴스타파가 유튜브의 수익만으로 운영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한국에서 뉴스타파 정도의 트래픽을 갖는 ‘인기’ 채널들을 모아서 MCN을 운영한다면 어떨까요. 과연 지속 가능한 사업을 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아니오’라는 답을 한다면, 흔히 유튜브에서 기대하는 롱테일 독립 제작자 환경에선, 독자적으로든, MCN으로든, 큰 수익을 만들어 내기 힘들 것이라는 얘깁니다. 그건 유튜브가 한국에서 TV에 버금가는 대중적인 미디어로 성장하기는 어렵다는 거죠. 유튜브가 어렵다면, 유튜브의 아류들은 더 더군다나. 그럼 이런 뉴미디어 개방형 비디오 플랫폼의 성공 가능성은 없나. 그렇게 얘기하면 좀 우울해집니다.

어쩌면 유튜브같은 괴물이 만들어진 것 자체가 큰 불행일 수도 있습니다. 경쟁자가 없어서 구글이 45%의 수익을 가져갈 수 있죠. 가입자와 광고주의 제어권을 내어주지 않아도 이 서비스를 떠나는 사업자는 없습니다. 그리고 구글은 애드워즈가 미들맨 없는 수익 모델로 큰 성공을 이루었기 때문에, 유튜브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비디오 유통 구조도 거의 웹페이지 유통과 비슷합니다. 링크된 클립을 통해 소비되는 작은 트래픽들이 모여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냈고, 거기에서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튜브가 웹페이지의 링크가 아닌 고부가가치의 비디오 소비를 위한 진정한 변태-유튜브에서 유티브이(YouTV)로의-를 도모한다면, 웹페이지에 적합하게 설계된 애드워즈 컨셉도 바뀌어야 합니다. 먼저, 컨텐트의 유통은 플랫폼이 아니라 MCN 같은 전문 퍼블리셔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플랫폼의 수익을 낮추고 네트워크와 컨텐트 제공자들에게 수익이 더 돌아가게 해야겠죠. 그리고 네트워크에 가입자와 광고주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제어권을 주어서, 타게팅 프리미엄으로 광고 수익 단가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그 생태계가 더 활발하게 움직일 겁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런 고수익 컨텐트 유통 흐름을 통해, 유튜브가 아닌 경쟁 플랫폼들이 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래야 시장의 규모도 더 커지고, 구글이 원하는 광고의 기회도 더 많이 생길 것입니다. 대충 이런 그림이 되겠죠.

MCN 중심 생태계
유튜브에서 MCN로의 중심 이동

마치 케이블 방송의 생태계와 비슷합니다. 유티브이류(類)들이 방송 플랫폼이 되는 것이고, MCN은 TV 네트워크가 되는 것이죠. MCN은 타게팅된 컨텐트 애그리게이터(aggregator)가 될 것이고, 그 타겟에 맞는 브랜드가 연결되어 더 많은 수익의 흐름이 집중될 수 있을 겁니다. 결국은 컨텐트 제공자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더 크게 만드는 환경이 되어야 좋은 컨텐트가 모이고, 좋은 컨텐트가 모여야 시장 규모도 커지는 건강한 생태계가 되는 것이 당연한 이치겠죠.

굉장히 이상적인 얘깁니다. ‘Don’t be evil’하는 구글이 아니라 그 할아버지라도, 더 큰 시장의 생태계를 위해 지금의 지배적 위치를 과감히 버리려 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시장의 기본 원리는 경쟁이죠. 시장에는 영원한 지배자가 없습니다. 지금 위태로워 보이는 유튜브의 생태계가 실은 새로운 시장판도 변화의 전조가 아닐까요?

 

[게몽]

 

+ Update: 2013.9.2.

에스티마님의 비보(VEVO) 관련 글을 읽고 추가합니다.

음악 레이블들이 모여 만든 비보(VEVO)가 바람직한 MCN의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 아티스트 채널들이 모여 하나의 뮤직 비디오 포털을 만들고 있죠. 유튜브가 중요한 채널이지만, 유튜브에만 매달리진 않습니다. 독자적인 사이트와 앱으로 커버리지를 확장해 가고 있죠.

Vevo_logo

11 Comments

  1. 그러게요 정말 구글이 생태계를 생각한다면 고민해야할 부분이긴 한데, 미국에서는 애플티비나 넷플릭스의 성장 정도가 아니라면 구글이 생태계를 고민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한국에서는 넷플릭스도 없고, 애플티비도 없는 와중에 지상파와 주요케이블, 종편이 당장의 달콤한 유튜브의 수익배분 제안에 이미 들어가 있는 상태라 구글은 더 여유로울 것 같구요. 것참..

    • 그러니까 달콤할 정도로 수익이 있다는 얘긴가요? 아마 유튜브가 유일한 채널은 아니니, 전체 커버리지의 일부로서 생각하는 정도겠죠? 그리고, 해법은… 시장의 기능을 믿을 수 밖에요. 저는 당장 독립 제작 채널들의 마케팅과 세일즈를 대행해 줄 그럴 듯한 MCN이 한국에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물론 시장이 작아서 힘들겠지만요. -_-

      • 아직도 ‘본방’ 시청률을 중요시하는 국내 방송사들은 들어오는 금액이 일정 수준만 넘으면 클립 제공만으로도 새로운 채널이 생기는것으로 좋겠죠. 물론 배분도 불리하지 않고요. 그나저나 한국에 MCN 이나 컨텐츠 신디케이션이 있다면 좋겠습니다.방송사가 아닌 MCN 주도의 세컨스크린앱도 기대할 수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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