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개방적인 책 컨셉

TV 관련된 책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DIGXTAL을 통해 써왔던 글 중에, TV에 관련된 내용을 보다 깊이 있게 체계적으로 정리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책을 낼 생각을 하다 보니, 과연 이 시대 책의 의미란 무엇일까 고민을 하게 됩니다. 물리적 책이든 전자책이든, 완결된 텍스트가 갖는 생명력이 얼마나 될까의 고민이죠. 예를 들면, 제가 다루고자 하는 주제인 TV야말로 시시각각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데, 이걸 어떻게 완결된 텍스트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과연 그 텍스트가 인터넷 매체와 경쟁력이 있을까요?

인터넷에서 생산되는 글들은 업데이트가 실시간입니다. 한마디로 지금 현재 살아있는 글들이죠. 게다가 하이퍼링크를 통해 서로 연결되고 인용되는 개방적 생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인터넷 매체와 책이 어떻게 경쟁을 할 수 있을까를 보려면, 우선 책의 경쟁력을 살펴봐야겠죠. 제가 책을 내려고 한 이유이기도 한데, 깊이 있고 정리된, 긴 호흡의 글이 인터넷에선 얻기가(쓰기가) 어렵습니다. 책이 갖는 의미는 그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글의 유통기한과 개방성에선 책은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걸 인터넷이 풀어주면 어떨까 생각을 해봅니다. 블로그를 쓰듯 글의 내용을 업데이트할 수 있고, 쉽게 인용구에 링크를 걸 수도 있고. 개념적으로나마 그림을 그려봤습니다.

보다 개방형의 책

‘보다 개방적인 책’ 아이디어

세 가지 방향성이 있습니다.

 

첫째, ‘하이브리드 액세스(Hybrid Access)’. 플랫폼으로 따지면 멀티 플랫폼 지원이랄까, 물리적 책과 전자책을 하나의 컨텐트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같은 책인데 물리적 책 따로 전자책 따로 구매하는 것은 왠지 불합리합니다. 책을 구매하면 책의 고유 코드를 통해 전자책을 ‘언락(unlock)’할 수 있도록 해서, 책 구매자가 앱을 통해 전자책으로도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왜 굳이 물리적 책을 내야 하느냐, 전자책으로만 내면 될텐데, 라고 반문하실 수 있겠습니다. 제가 이 둘을 굳이 묶고 싶은 이유는 1) 전자책 시장이 아직은 무르익지 않았습니다. 특히 한국은요. 2) 가장 효율적인 매체는 전용 매체이기 때문입니다. 즉, 범용 PC보다는 태블릿이나 전자책 단말기가 더 낫고, 그보다도 더 좋은 경험은 아직도 물리적 책이라 생각합니다. 3) 그럼에도 다양한 환경에서의 접근성을 극대화하려는 것이 최근 매체들의 큰 방향입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개인화 단말기가 일반화되고 있는 경향과 맞물려있죠.

거기에 물리적 책에 인터넷 매체로의 하이퍼링크를 추가할 수 있다면 더 좋겠죠. 인터넷 글이야 링크를 쉽게 걸 수 있지만, 물리적 책은 장치가 필요하겠죠. QR코드 같은 것으로 카메라 입력을 받아 인터넷에 연결을 해주는 방법도 있겠고, 전자책의 페이지를 검색해 연결해 줄 수도 있겠죠. 책에 무슨 코드를 심으려면 시각적으로도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일 것 같기는 합니다.

 

둘째, ‘살아있는 책(Live Book)’입니다. 책 내용의 업데이트를 실시간으로 하고, 책 내용과 관련이 있는 기사 또는 코멘트들을 지속적으로 연결해주는 것입니다.

우선, 책의 내용은 워드프레스 같은 개방형 CMS를 사용해 관리합니다. 책의 판, 장, 페이지, 문단, 문장 등의 메타데이터 체계를 갖춥니다. 여기에 내용 수정에 대한 릴리스와 히스토리 관리를 추가하여, 독자가 그 수정된 내용과 히스토리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물론, 전자책을 꼭 온라인 상태에서만 읽어야 한다는 제약을 둘 필요는 없으니, 원 판본을 최초에 로컬에 저장하고 앱 업데이트를 통해 수정본을 배포하는 것이죠.

그리고 책의 특정 내용에 관련된 기사나 트윗, 블로그 글 등을 계속 업데이트를 해줍니다. 이것을 하려면 최소 문장 단위까지 URL 구분이 필요하겠죠? 워드프레스의 트위터 댓글 플러그인처럼, 관련 링크를 계속 업데이트하면서 관리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셋째, ‘개방형 인용(Open Quotation)’입니다. 책의 일부 내용을 인용하거나, 링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하려면 일단 위에서 말한 판, 장, 페이지, 문단, 문장 구조의 URL 체계가 필요할 것 같구요, 이 URL을 타고 들어왔을 때 해당 내용을 보여주는 페이지가 필요하겠죠. 킨들에 보면 특정 문장을 하이라이트해 링크를 걸어 트윗을 할 수 있게 해주죠. 그 링크따라 가면 해당 내용이 나오고요. 뭐 비슷한 개념입니다만, 거기에 그 내용에 관련된 다른 링크가 있다면 일목요연하게 그 페이지에서 보여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용구를 임베드 형식으로 삽입할 수 있는 코드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유튜브 동영상이나 트위터 트윗 임베드 하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책 인용구를 이렇게 사용할 일이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에 좀 잉여스럽긴 합니다. 어디에서 이 코드를 따야 할 것인지도 모호하고요. 뭐 그렇습니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눈에 띄는 기사가 있더군요. 프레스북스(PressBooks)라는 회사가 자사의 워드프레스 기반 자가 출판 전자책 솔루션을 오픈 소스 GPL 라이센스로 공개하기로 했답니다. 내용을 보니, 제가 고민하던 많은 부분이 들어가 있네요. 이걸 내년 1월에 오픈 소스로 푸신다니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정작 책 기획은 뒷전이고, 이상한 그림만 그리고 앉아 있었는데, 이젠 정말 책 써야겠네요. 😉

 

[게몽]

 

+ 위 사진의 저작권은 플리커의 Noah Dibley님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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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thoughts on “보다 개방적인 책 컨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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