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TV UI의 한가지 대안: 인에어(In-air) 마우스

TV에서의 UI는 정말 고민 중의 고민입니다. 1) 스크린과 제법 떨어져 있는(10-foot) 환경이라는 점, 2) 사용자의 주변에 비빌 언덕-뭔가 동작을 할 수 있는 장치가 잘 놓일 수 있는-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역시 진리는 손에 쥐고 채널을 위아래로 꾹꾹 눌러주기만 하면 되는 리모컨이죠. 하지만, 뭔가를 내비게이션 해야 하는 가까운 미래의 TV에선 이 UI가 어떻게 되어야 할까요?

TV가 다기능화되고, 다양한 영상, 음향 주변기기들이 붙으면서 리모컨도 덩달아 수십 개의 버튼이 달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대부분 버튼은 사장되고, 여전히 채널과 볼륨이 메인 키입니다. 왜? 그 진리의 본질은 바로 ‘단순함’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TV 서비스는 채널과 볼륨, 그거면 되었습니다.
이제 스마트TV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인터넷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수많은 컨텐트 홍수를 잘 내비게이션 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리모컨은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바로 상하좌우+중앙(OK)로 이루어진 5방향 키입니다. 구글TV의 D-Pad UI, 박시 리모트(Boxee Remote), 애플 리모트(Apple Remote) 등 많은 회사가 채용하고 있죠. (키보드 여부는 논외로 합니다.)

전통적인 버튼 방식이라 거부감이 적고 단순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취하고 있는 UI입니다만, 문제는 너무 많은 키 누름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아래 구글TV의 UI 가이드라인에서 같이-1단의 상하 배치보다는 3단의 좌우 배치- 키 누름 횟수를 최소화하는 방향이 이 UI의 최대 목표가 되겠습니다.

키 누름이 많다는 귀찮음, 그리고 무엇보다 그 하품 나오는 진부함을 극복하는 위해서는 과거 PC가 해결했던 그 방법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그래픽적인 화면 UI와 포인터를 움직이는 마우스죠. 화면 이쪽저쪽을 이동하기 위해 키를 여러 번 누를 필요 없이, 그냥 마우스를 스윽 밀고 당겨주기만 하면 바로 이동이 되는 방식 말입니다.
이 마우스를 TV에도 적용한다면, 특히나 수동적 성향이 강한 TV 환경에서는 여러 번 키를 누르는 방식보다는 더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서두에 얘기했듯이, TV 사용자 주변에는 마우스를 놓을 장소가 보장되지 않습니다. 당연히 손에 쥐는 리모컨 형태를 벗어나기는 어렵죠. 그래서 마우스도 손에 쥐는 마우스, 즉 인에어(in-air) 마우스가 적절한 해법이 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이 분야에는 이미 여러 솔루션이 나와 있습니다. 특별히 TV 전용으로 특화되었다기보다는, HTPC(Home Theater PC), 또는 프리젠테이션용으로 발전해온 솔루션들입니다. 살펴보시죠.

Motion Sensing

동작 인식의 대표주자는 말할 것도 없이 닌텐도 ‘위 리모트’입니다. 하지만, 닌텐도도 어쩔 수 없는 업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힐크레스트 랩스(Hillcrest Labs)라는 회사입니다. 2007년 CES에서 ‘루프(The Loop)‘ 포인터($79)라는 독특한 TV 리모트를 들고 나와서 주목을 받았던 회사인데, 당시 언론들은 닌텐도 위가 이미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었던 당시라, 위 같은(Wii-like) TV 리모트가 나왔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2008년에 닌텐도를 특허 침해로 고소했고 2009년에 알려지지 않은 금액으로 합의를 이끌어 낸 바 있습니다. 역시 플레이스테이션3 컨트롤러에 동작 인식 기술을 적용하고 있던 소니마저도 이 회사와 기술 계약을 체결한 것을 보면, 동작 인식 기술을 활용한 리모컨을 고려하고 있다면 반드시 이 회사의 특허를 검토하고 기술 계약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기사 참고. 소송 내용에 대한 정리는 정승녕(@StillStan) 님의 블로그 글 참조)
이 회사의 기술(‘Freespace’ 동작 기술이라 불리고 있음)을 정식으로 도입한 예로는 로지텍(Logitech)의 ‘엠엑스 에어(MX Air)'($114.99)와 LG의 ‘매직모션 리모컨(Magic Motion Remote)’이 있습니다.
특히 힐크레스트는 TV UI 전문 솔루션 기업으로, 루프 포인터도 TV에 특화된 리모컨입니다. 리모컨 뿐 아니라 화면 UI 솔루션도 제공하고 있는데, 루프 포인터에 최적화된 TV용 웹브라우저인 카일로 티비(Kylo TV)의 경우 무료로 배포하고 있습니다.

로지텍의 ‘엠엑스 에어’와 비슷한 컨셉의 마우스로 자이레이션(Gyration)의 ‘에어 마우스(Air Mouse)'($79.99, $99.99)라는 것도 있습니다. 자체 특허 기술인 ‘SmartMotion’이 적용되어 있다고 하는데, 힐크레스트의 특허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동작 인식의 방법론은 동일한 것으로 보입니다.
리모컨을 생각하면, 요즘 스마트폰용으로 엄청나게 나오고 있는 마우스 에뮬레이션 애플리케이션(앱 스토어에서 ‘Touchpad’나 ‘Mouse’를 검색해 보세요. 수십 가지는 되는 것 같습니다)을 빼놓을 수 없겠지요. 이 중에서도 인에어 마우스 기능이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모바일 마우스 프로(Mobile Mouse Pro)라는 앱입니다. 이 앱은 기본적인 트랙패드 기능은 물론 아이폰의 엑셀러로미터(Accelerometer) 센싱을 이용한 동작 감지를 통해 인에어 마우스 기능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Optical Trackpad

PC에서 마우스의 백미는 광마우스죠. 인에어 마우스에도 광마우스가 적용될 수 있을까요? 있습니다. 바로 옵티컬 트랙패드(Optical Trackpad, 줄여서 OTP라 부르고 있습니다) 기술인데, 크루셜텍(CrucialTec)이라는 한국 기업이 특허를 가지고 있습니다. 광마우스는 빛이 책상 바닥을 때려 반사되는 패턴을 읽는 방식인데, OTP는 손가락이 닿는 면에 빛을 쏘아 손가락이 닿는 면에 반사되는 패턴 변화를 인식하는 방식입니다.
이 OTP 기술은 이미 2006년 12월에 삼성 ‘핑거마우스폰’에 당시는 ‘OJ(Optical Joystick)’이라는 이름으로 적용된 바 있으며, 블랙베리에 전격 채용되면서 굉장히 유명세를 탄 기술입니다.

검색을 해보니, 이미 2006~7년 즈음에 IPTV UI 및 리모컨(아래 왼쪽 사진)과 인에어 마우스(아래 오른쪽 사진)를 선보이고 있었네요. (사진 출처: 에이빙 각 기사)

작년에는 LG U+ IPTV 리모컨에 OTP를 적용해 상용화를 하였으며, 얼마 전에도 후면에 쿼티 자판이 들어간 리모컨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였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업계에선 보통 ‘핑거마우스’가 채택된 리모컨 정도로 소개하고 있는데, 크루셜텍에서는 이런 리모컨을 ‘에어로 마우스(Aero Mouse)’라는 독자적 브랜드명으로 밀고 있습니다. 또한, 다음, 가온미디어와 함께 스마트TV를 공동 연구하는 ‘다음TV’라는 법인에 공동 투자하기도 하는 등 리모컨 분야로의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어제 기사에서 보니, 지니어스(Genius)에서도 크루셜텍의 에어로마우스와 비슷한 개념의 ‘와이어리스 썸 커서 컨트롤러(Wireless Thumb Cursor Controller)’ 일명 ‘링 마우스(Ring Mouse)’($69.99)라는 것을 출시했더군요. 자체 특허의 터치 컨트롤 기술을 이용했다고 하는데, 크루셜텍의 특허와 어느 정도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크루셜텍의 주장에 의하면, 크루셜텍의 기술이 전세계 옵티컬 터치패드의 95%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인에어 마우스를 TV UI에 적용한다면, 그 솔루션이 힐크레스트가 나은지, 크루셜텍이 나은지는 제품의 완성도와 최적화를 통해 가려지겠지만, 제 생각으로는 동작 인식보다는 옵티컬 트랙패드 쪽이 나아 보입니다. 왜냐하면, 동작 인식은 적어도 손을 들고 이동시키거나 손목을 비틀거나 하는 동작을 요구하는 데 반해, 옵티컬 트랙패드는 그저 손은 가만히 놔두고 엄지손가락으로만 문질러 주면 되니까요. TV UI는 원래 좀 나태함을 추구하잖아요? (물론 전자가 좀 재미있어 보이기는 합니다만)

그리고 TV용 인에어 마우스가 풀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화면 UI와의 최적화입니다. 예를 들어, PC에서와 마찬가지로 마우스 포인터를 움직이는 방식은 오히려 소비자들을 수고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사실 TV 화면은 일정 시청 거리가 유지되기 때문에 가시성을 위해 GUI 컴포넌트들의 사이즈가 크고 한 화면에 들어가는 수도 적지요. 이걸 내비게이션 하려고 마우스 포인터를 화면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움직여 가는 것이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해결책은 블랙베리의 UI에 있습니다.
블랙베리는 OTP를 사용하는데, 마우스 포인터가 움직이는 게 아니고 UI 컴포넌트들의 포커스가 움직이는 형태입니다. (아래 사진 출처)

UI의 기본은 단순함, 그리고 동작 최소화가 답. 그런데 그게 정말 힘들긴 하죠. 개념은 그럴듯하게 가져가도 최종 완성도나 최적화가 잘 극복이 안 되면 실패하기 쉽습니다.
어쨌든 질러보고 시행착오를 해봐야 개선이라도 되겠지요?
(그러고보니, LG가 동작 인식의 ‘매직모션’과 옵티컬 트랙패드의 ‘에어로마우스’ 모두를 시도해 보고 있군요!)

[게몽]

5 Comments

  1. 블랙베리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키보드로 조작하는 GUI는 대부분 그런 방식이죠… 역사가 꽤 오래된 방식입니다 🙂

    • 예, 그렇지요.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에 나오는 스마트TV들의 GUI를 보면 아쉽게도 마우스 포인터를 움직이고 있더라고요. 10-foot UI에 맞게 GUI를 심플하게 구성하고 포커스를 움직이는 방식에 집중한다면 좀더 편리할 것 같습니다.

  2. […] 점에서 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전에 이런 컴팩트한 솔루션을 인에어 마우스와 같은 형태로 TV에 접목하면 어떨까 하는 글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참고하시고) 문제는 이 인터페이스와 어울리는 GUI […]

  3. […] 점에서 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전에 이런 컴팩트한 솔루션을 인에어 마우스와 같은 형태로 TV에 접목하면 어떨까 하는 글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참고하시고) 문제는 이 인터페이스와 어울리는 GU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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