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V Concept

애플이 준비하는 차세대 TV는?

[요약] 만약 애플이 진짜 TV(일명 iTV)를 만든다면, 아마도 iMac 정도 크기와 디자인의 세컨드 TV로 포지셔닝을 할 것.

제목만 보고 들어오신 분들은 낚이셨습니다. 제가 어찌 감히 차세대를 논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현재의 모습을 잘 정리해 보고 힌트를 얻어보도록 하지요.

 

먼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다음의 기사 때문입니다.

Apple television in the works, Apple job listing hints [9to5Mac]

Apple TV
Apple TV

애플의 잡포스팅 게시판에 올라온 ‘Standalone TV’라는 단어에 사람들이 흥분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애플이 TV 완제품을 만들 것이라는 예측이나 루머는 그간 심심치 않게 불거져 나왔더랬습니다. 사실 애플TV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그런 얘기는 있었습니다.

2007/12/15 Apple TV에 LCD 스크린을?

2008/10/12 Apple TV는 결국 TV가 될거다


‘비전문가’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짜증나는 ‘전문가’를 보기좋게 넉다운시키는 경험을 하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TV도?’라는 가정을 하게 된거죠.
그럼 정말로 만약에 애플이 TV를 만든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요? 그야 정말 나와보지 않곤 모르죠. 그래서 우선 현재 TV가 가는 방향을 정리해 봅니다.

1. 스마트TV

Samsung Smart TV
Samsung Smart TV

현재 가장 두드러진 트렌드입니다. 삼성과 LG에 의해 주도되고 있죠. 하지만 아이폰 성공의 방정식을 TV에서 그대로 구현해 내려는별 고민없는 전략이라는 판단입니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오픈마켓으로 마구마구 들어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 있지, 그게 도대체 뭔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답은 없습니다. 현재 올라오고 있는 앱들을 보면, 대략 비디오 컨텐트들이나 게임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보면, 그 다양성이라는 게 과연 앱인지, 컨텐트인지를 명확히 해야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마 현재의 스마트TV는 스마트폰으로치면 PDA같은 꼴이 될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크게 대중적이지 않은 니즈를 무리하게 구현하는 답답한 모습)

 

2. 컨버젼스TV

이름은 제가 그냥 붙였습니다. 한마디로 PC+TV의 양상입니다. 여기에는 두가지 방향이 있습니다. 하나는 HTPC에 기존 TV 스크린을 연결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일체형 멀티미디어PC가 TV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Home Theater PC
Home Theater PC (HTPC)

물론 고품질 비디오/오디오 성능을 부각한 고가의 HTPC도 있습니다만, 대개는 미니급 PC에 Media Center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설치하여 구성하는 것이 경제적이죠. 대표적인 것이 애플의 Mac Mini(물론 애플은 이게 HTPC라고 말한 적 없습니다.), 델의 Inspiron Zino HD, 에이서의 AspireRevo등이 있습니다. 모니터없이 가격대가 300~700달러 정도로 비교적 저렴한 수준입니다.
여기에 지상파나 케이블TV 입력도 넣고 BoxeeXBMC같은 미디어센터를 설치하여 TV에 연결하면, 꽤 훌륭한 lean-back 미디어 감상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애플TV의 미래가 ‘맥미니’일 수도 있다는 관점으로 전에 포스팅 한 것도 있으니 아래 링크 참조.

 

2010/06/16 ‘맥 미니’가 새로운 애플TV?
All-in-one PC
All-in-one PC

또하나의 방향은 일체형 멀티미디어 PC입니다. 대표적인 선두주자가 역시 애플의 iMac, 그리고 HP의 TouchSmart IQ500, 레노보의 IdeaCentre B520, 에이서의 All in One Z5등이 있습니다. 모두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조한 일체형 PC죠. 일부 모델은 TV Tuner까지 내장하고 있습니다.

 

3. 네트워크TV

Set-top Box
Set-top Box (TV Adapter)

마지막으로 네트워크TV입니다. 이것도 그냥 제가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것은 TV자체의 파워를 PC만큼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다만 그 빅 스크린을 네트워크 멀티미디어 스크린으로 만들려는 방향입니다. 현재는 일반적으로 셋탑박스 등 어댑터를 달고 네트워크를 통해 멀티미디어 컨텐트를 제공받아 스크린에 뿌려줍니다. 대표적인 것이 게임 콘솔이 되겠지만, 요즘은 AppleTV(애플의 취미생활!), Boxee, Roku같은 OTT 박스가 작은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일부 TV들도 네트워크 기능을 일체화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만, 그냥 스마트TV 대세에 휩쓸려가는 양상이고요.
여기에는 기존의 PC 시스템을 미디어서버로 활용하려는 시도들도 있습니다. DLNA가 대표적인데, Twonky, PlayOn, Playback같은 소프트웨어 미디어서버들을 PC에 깔아놓고, 주로 PS3나 XBOX같은 게임콘솔을 통해 스트리밍하는 방식입니다.
이 분야도 애플은 독자적인 Bonjour 시스템하에, 기본적인 홈서버 연동은 물론, 최근에는 아이패드, 아이폰을 아우르며 AirPlay같은 N-Screen 통합적인 솔루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충 여기까지가 현재 TV에 가해지고 있는 새로운 시도들이 되겠습니다. 눈치를 채셨겠지만, 스마트TV를 제외한 컨버젼스TV와 네트워크TV 영역에선 애플이 어김없이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사실 내미는 정도가 아니고 거의 독보적 주목을 받고 있지요. 틈새시장처럼 보이기 때문에 기존 메이져 PC, TV 회사들이 주력 상품이 아닌 다양한 라인업의 일환으로만 대응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애플의 TV 전략이라는 게 상당히 주도면밀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만약, 애플이 TV를 만든다면 어떤 모양이 될까요?
제가 예상을 굳이 하자면, 아마도 3번 일체형의 네트워크TV가 그 답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TV의 컴퓨팅 파워를 PC급으로 높이는 것은 이미 iMac이나 Mac Mini의 라인업을 갖춘 상태에서 굳이 그렇게 들어가야 할 필요성이 없어보입니다. 다만, TV에 최적화된 적정 파워를 바탕으로 기존 애플TV의 기능이 일체화됨은 물론, 지상파나 케이블TV의 실시간 방송을 인터넷 컨텐트들과 단절감 없이 잘 연동하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다음 애플 단말들의 그림을 보시죠.

iTV Positioning
iTV Positioning

세로축은 컴퓨팅 파워입니다. 대략 세단계로 Hi/Mid/Low-power로 나누었습니다. 가로축은 스크린의 크기입니다. 물론 상대적으로 Big/Small Screen으로 나누었습니다. 스크린의 크기는, 즉, 스크린의 공유 정도를 대변합니다. 그래서, Big Screen=Share, Small Screen=Personal로 대응됩니다.
각 단말들을 이 좌표 평면에 대충 늘어놓으면, 그림과 같이 배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얼추, 좌는 TV를 중심으로하는 엔터테인먼트 단말, 우는 생산성과 통신에 우위가 있는 퍼스널단말이 되며, 최상단은 OS X으로 대변되는 컴퓨팅 단말, 중간은 iOS로 대변되는 스마트 단말, 하단은 dummy 스크린인 TV, 모니터 등의 영역이 되겠습니다.

 

저는 애플의 TV, 가칭 ‘iTV’가 출시된다면 iOS 플랫폼하의 퍼스널(세컨드)TV에 포지셔닝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분명한 한가지는, 애플의 기존 라인업 시장을 크게 잠식하지 않는 조건하에서 일명 iTV가 출시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즉, 기존의 AppleTV, Mac Mini, iMac의 시장을 크게 잠식하지 않아야 합니다. 따라서, OS X 플랫폼의 하이엔드 시장과는 분리된 iOS 플랫폼이 될 것입니다. 이는 iPad와 Macbook Air가 서로를 잠식할 수 있는 영역임에도 서로 공존할 수 있는 것이, 서로 플랫폼의 무게에 따른 특화와 포지셔닝을 비교적 명확히 하고 있기 때문인 것과 비슷한 논리입니다.
게다가 TV 스크린은, 이미 lean-forward의 퍼스널 스크린으로 최적화되어 있는 PC 영역에 비해 태생적으로 불리한 조건(lean-back의 수동적 인터페이스 환경)을 가지고 있는 스크린입니다. 그런 스크린의 플랫폼을 PC와 같은 것으로 가져간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무리수죠.

또 한가지 예상은 이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TV가 댁내의 메인 TV 스크린을 대체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즉, 40-60인치급의 대형 TV 시장으로는 당장 시도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첫째, 애플의 iMac 최고사양이 $1,999인데, 40인치급 최신 TV의 가격이 대략 그 정도에서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현재 애플의 제품라인업보다는 고가의 가격군을 형성하는 제품 라인이 추가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TV라면, PC를 대하는 애플 고객들의 태도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찮아도 상대적 고가인 애플의 맥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은, PC가 그래도 생산적인 도구라는 자기 위안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고가의 제품인데다 그것이 그저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TV라면,한 번 더 생각을 해보겠죠. 심리적 진입 장벽이 맥 보다도 훨씬 높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애플은 설치 기사를 운영하는 시스템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40-60인치라면, 기본적으로 벽걸이에 대한 설치를 고려해야 합니다. 물론 TV 사업을 본격적으로 생각한다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나, 아무래도 기존 TV 업체들보다는 대응이 매끄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불리하죠.

애플은 애시당초, 퍼스널 단말의 시대를 연 전설적인 회사입니다. 줄곧 그 영역에서 확고한 자리를 굳혀 온 회사죠. TV에 대해서도 비슷한 포지셔닝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퍼스널TV, 또는 세컨드TV로서 ‘iTV’를 포지셔닝할 수 있을 거란 얘기죠. 이것은 현재의 AppleTV와의 역할 분담을 위해서도 바람직 합니다. 즉, AppleTV는 대형 TV 더미 스크린에 Box로서 붙을 수 있는 단말이고, 그보다 작은 퍼스널 스크린 영역에서 ‘iTV’를 배치하는 것입니다. 그럼 TV의 전체 영역을 다 포괄하면서도 보다 퍼스널한 영역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이지요.

퍼스널, 세컨드 TV라면, 아무래도 현재 iMac이나 Cinema Display 처럼 27인치 또는 그보다는 약간 더 큰 32인치 정도에서 공급되는 게 맞을 겁니다. 메인 TV가 아니라면 설치 환경이 서재나 부엌, 이런 공간에 시청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을 터이니 그 정도면 충분할 것입니다.
결국, TV Tuner와 AppleTV의 기능이 포함된 Cinema Display 급 스크린이 ‘iTV’에 가장 근접한 모습이 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iTV Concept
iTV Concept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결국 퍼스널 TV라면, 기존의 TV보다는 가깝고, PC보다는 쉬어야 한다, 그럼 이 역시 터치라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가져갈 수도 있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식의 터치 인터페이스라면 이미 HP의 TouchSmart PC가 그 선구자 격이 될 터인데요, 애플의 iTV도 그런 방식을 도입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렇게 추측할 수 있는 작은 단서는 바로 애플의 특허에 있습니다.

 

Apple's patent

애플 iMac과 유사한 형태의 스크린인데, 모니터를 세우면 기존의 iMac 처럼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다가, 위 그림처럼 뉘우면 터치 인터페이스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특허입니다. (via Patently Apple)
특히 한 대만 회사가 iMac용 터치스크린 패널 샘플을 애플에 보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이 특허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었죠.
만약 ‘iTV’가 터치 인터페이스라면, iOS 애플리케이션들을 100% 다 수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사실 AppleTV가 iOS 기반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iOS용 게임이 도입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과 루머가 여태껏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AppleTV의 인터페이스는 단순한 Apple Remote가 기본이고, 게임을 하려면 iPhone과 연동을 하든지 해야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터치 인터페이스가 가능해진다면, 이런 걱정이 싹 사라지게 되는 것이지요.

뭐, 다~ 추측입니다.
누가 뭐라고 똑 부러지게 말한 적 없습니다.

그냥 한 번 곰곰히 생각해 봤습니다.
애플은, 그렇잖아요, 나와 봐야 알지요…-_-;

[게몽]
+ 사실 그렇습니다. 개인 블로그니까 이런 헛소리를 쓰는거죠…-_-;

Update: 2011.5.1.
이 글의 원문은 여기에 있습니다. 포스팅 시각은 원문과 맞췄습니다. 글 서두에 [요약]문을 추가했습니다.

15 Comments

  1. 20~30인치 대에 정전식 Touch Screen을 적용하기에 가격적인 부담이 너무 클 것 같은데… 대형 인치에 적합한 저렴한 Touch Screen 방식이 있는지요? TV라면 Multi-touch는 필요 없을 수도 있겠군요.

    • 대형 인치에 적합한 터치 방식으로 http://www.perceptivepixel.com/ 가 있습니다. 몇해전에 TED에서 시연해서 각광을 받았던 Jeff Han이 차린 회사입니다.
      그나저나 TV가 반드시 터치일 필요는 없겠지만, 퍼스널한 스크린을 가정하자면 뭐 불가능한 얘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2. […] 컨텐츠를 객체로 한 수많은 동사들의 흐름 변화와, 컨텐츠라는 객체 자체의 적응과 자기 혁신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은 채, 낱개의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아웃소싱에 몰두하는 TV HW 제조사들은 아이폰의 성공 방정식이라는 일반해일 수 없는 선택을 차용하는 바쁘고도 게으른 노력을 하다 @DIGXTAL 님의 표현을 빌어 스마트폰으로 치면 PDA같은 꼴이 될 가능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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