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폼팩터] 2. 미디어 모델링 (2편)

폼팩터는 미디어 경험의 규정. 폼팩터의 고민에 앞서 먼저 미디어를 정의하고 모델링함. (2편)

확장된 미디어 모델링: 밈의 증폭과 확산

모사의 단계를 조금 더 상세하게 들여다보자. 모사자는 모사 이전에 세계의 진실-온전하든 왜곡되었든-을 감각을 통해 받아들이고 내적인 인상을 남긴다. 어쨌든 그 진실이 전달되는 경로 또한 어떤 형태의 미디어일 것이고, 모사자도 모사 이전에 인상을 남기는 미디어 소비를 한다. 이 내적 인상을 외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모사다. 인상과 표현의 영어 단어인 ‘임프레스(impress)’와 ‘익스프레스(express)’가 이런 개념에 딱 어울린다. 안으로[im] 새긴 것[press]을 밖으로[ex] 나타내는 것[press], 즉 내적으로 각인된 상을 외적으로 표출하고 기록한다(그림의 개인 ‘A’). 감각과 인상은 소비의 영역이다. 반면, 표현과 기록은 생산의 영역이다. 그리고 그 기록은 전달∙재생-앞서 표현한 송신∙수신을 미디어에 어울리는 말로 치환하자면-되어 다른 사람의 감각을 통해 다시 인상[impress]된다. 이 인상은 또다시 표현되고 기록된다. 이 과정에도 물론 각자의 욕망이 투영되고 재해석된다. 전 단계의 미디어는 새롭게 재생산된다(그림의 개인 ‘B’)

확장된 미디어 모델

확장된 미디어 모델

또는 미디어의 소비가 재생산을 거치지 않고 원본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공유되어 전달될 수도 있다(그림의 개인 ‘C’). 이렇게 재생산되거나 공유되어 전달된 컨텐트를 재생하여 순수하게 소비(감각-인상)하는 개인을 상정해 보자(그림의 개인 ‘D’). 세계의 진실이 A-B 또는 A-C를 거쳐 전달되는 모든 과정이 D에게는 미디어다. 앞서 언급했듯 ‘모사-송신-수신’의 간략화된 미디어 모델이 그것이다. 이 미디어 모델 안에는 수없이 많은 개인의 미디어 소비와 (재)생산, 공유의 과정이 녹아있다. 소위 밈(meme)이 증폭[재생산]되고 확산[전달]하는 경로이다.

 

미디어 행위의 분화: 소비∙생산∙공유∙축적

이렇듯, 미디어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컨텐트의 소비에 있지만, 그 반대쪽엔 반드시 컨텐트의 생산이 있다. 이 두 축이 없다면 미디어도 없다. 하지만 미디어의 소비와 생산인 인상과 표현의 행위는 그 태도가 사뭇 다르다. 전자는 수동적이고 후자는 능동적이다. 전자는 휘발적∙실시간적이지만 후자는 편집(編輯)적∙기록적이다. 둘 다 몰입을 동경하지만, 전자는 그것이 자극-소비적 몰입-이고, 후자는 창의가 목적-생산적 몰입-이다. 그 행위의 태도가 다르듯, 소비와 생산의 도구도 그것에 맞게 특성이 다르다. 애당초, 소비와 생산의 도구는 분리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티브이는 미디어의 소비에만 관여하는 대표적인 도구이다. 이에 비해 비디오카메라는 생산에 관여하는 도구이다. 각각의 도구는 그 특성에 맞는 폼팩터를 가진다. 하지만 개인용 컴퓨터라는 도구가 개인의 손에 쥐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개인용 컴퓨터는 개인의 미디어 소비와 생산 도구를 융합했다-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하는 개인의 종합 미디어 플랫폼이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수동적인 소비보다는 능동적인 생산을 위해 갖춰야 할 형식이 더 많고 복잡하므로, 개인용 컴퓨터의 폼팩터 코드는 생산에 더 맞춰져 있다. 하지만 컴퓨팅 기술의 발전은 또한 표현력을 높여주는 방향으로 미디어에 조력했다. 문자에서 음향으로, 동영상으로, 그리고 양방향 포맷으로, 항상 더 고품질을 지향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개인용 컴퓨터는 미디어의 소비 도구로서도 점점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 생산의 코드에 맞춰져 있는 개인용 컴퓨터의 폼팩터는 소비의 코드와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그 반작용으로 생산과 소비의 범용 피시가 아닌, 미디어 소비에 더 중점을 둔 포스트-피시가 등장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흔히 시장에서 표현하듯 포스트-피시가 피시 시장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고, 피시가 생산의 도구와 소비의 도구로 분리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폼팩터도 생산 도구로서의 피시와 소비 도구로서의 포스트-피시로 나누어 생각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미디어 행위에는 소비와 생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위 그림의 개인 C는 컨텐트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 주는 채널 역할을 한다. 공유의 행위이고, 개인 단위의 미디어 유통이라 할 수 있다. 유통-공유-은 물론 아직도 직접적인 컨텐트의 전달도 있지만, 디지털 및 통신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전파 속도와 커버리지 면에서 비약적으로 진화해 왔다. 이와 더불어 미디어 플랫폼으로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개인에 의한 미디어 공유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실시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런 미디어 공유 행위는 폼팩터에서 반드시 고민해야 하는 필수 항목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분화될 수 있는 미디어 행위는 축적이다. 이는 위 그림의 개인 E처럼, 미디어 생산 행위는 하지만 그 결과물이 개인적 축적물로서 존재하는 경우다. 이 생산 결과물의 가장 큰 목적은 기본적으론 생산자 자신에 의한 재소비이다.

소비-생산-축적

소비-생산-축적

일기 같은 저작물이 그런 미디어 행위이다. 스스로 삶을 기록하고 되새김을 하고 싶어하는 욕구인데, 딱히 소비도 아니고 생산도 아니다. 이 행위가 폭발적으로 늘게 된 것은 아마도 디지털 사진의 등장이었을 것이다. 기록의 수단이 엄청나게 단순화되고 복사 등 자료의 처리가 간편해짐에 따라, 그런 개인적 자료의 축적 행위가 증가하게 되었다. 물론 이런 행위는 개인적 순환 소비의 틀에만 갇혀있지 않다. 많은 사람과 사진을 공유하기도 하고, 일기처럼 써 내려간 블로그가 공개되어 인기를 끌기도 한다. 개인적인 축적으로 시작했지만,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선 더 큰 미디어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런 행위들의 특성은 축적이다. 자동화되고 개인화된 단말기의 발전과 더불어 이런 행위들도 그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개인의 이동 위치를 기록하기도 하고, 몸무게나 맥박수가 기록되기도 한다. 또는 온도나 습도 등의 환경적 수치를 기록하기도 한다. 발전된 마이크로컨트롤러, 센서, 통신, 이런 기술들이 별다른 수고 없이 모든 것을 기록할 수 있는 환경을 가능케 하고 있다. 이 축적되는 데이터는 개인의 삶을 되돌아보는 용도로 순환 소비된다. 이런 데이터들도 갖혀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삶을 되돌아보기 위해선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선 데이터가 공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동화된 기록과 자발적 공유, 이런 것이 새로운 폼팩터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미디어 모델링을 통해, 개인에 의한 미디어 행위를 소비∙생산∙공유∙축적으로 나눠보았다. 앞으로 폼팩터의 논의에서 이 네 가지 미디어 행위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 행위들이 구분되지 않으면, 기기의 정체성에 문제가 생긴다. 폼팩터가 성공하려면 그 정체성이 확실해야 한다. 그 출발은 당연히 이 기기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기기인가를 정의하는 일이고, 그 기준은 바로 미디어의 소비∙생산∙공유∙축적이 될 것이다.

 

[DIGXTAL LAB]

 

[프로젝트: 폼팩터] 목차

2. 미디어 모델링 (1편)

2. 미디어 모델링 (2편)

3. 폼팩터 계보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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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thoughts on “[프로젝트: 폼팩터] 2. 미디어 모델링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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